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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사위한테 매맞아 죽은 내 딸.." 노모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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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사위한테 매맞아 죽은 내 딸.." 노모의 증언 21일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6회 여성인권영화제 영화상영이 마친 후 김 모(무대 오른쪽, 여 74)씨가 ‘가정폭력피해로 목숨을 잃는 딸’ 을 사연으로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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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제가 이혼을 해서 딸이 사위한테 맞고 살더라도 아이들 클 때까지만 좀 참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데 그게 제 딸아이를 죽게 했나봅니다. 사위한테 18년 동안이나 맞아 죽은 제 딸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합니다"

최근 김 모(여 74)씨는 다음 아고라에 이슈청원을 신청했다. 억울하게 죽은 딸의 사연을 알리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또 가해자인 사위 황 모씨가 죗값을 제대로 받고 아이들도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사실을 깨우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생업을 마다하고 여성단체와 연대해 세상에 도움의 손길을 구하고 있는 김씨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으며, 직접 그 사연을 전하고 호소하기 위해 공개 증언까지 나섰다.


21일 낮 12시 반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6회 여성인권영화제가 열렸다. 잠비아, 남아공 그리고 유럽에서의 가정폭력 사례를 담은 다큐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상영된 후,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남편에게 맞아죽은 아내' 사례로 김 씨의 죽은 딸에 대한 사연이 육성으로 공개됐다.

무대에 오른 김 씨는 흐느끼고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했다. 그동안 가슴에 담아둔 깊은 한이 풀리질 않아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가 전한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4월 김 씨의 딸이 죽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검안한 결과 얼굴에 상처가 심하고 뇌의 손상도 있지만 가슴과 배, 허리 오른쪽에서 출혈이 있고 비장이 파열됐다. 더욱이 시체는 9시간 이상 방치해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딸이 죽었을 당시 사위와 손녀, 손자 역시 집안에 있었다. 딸의 죽음이 신고된 것은 딸의 친구로부터였다. 친구는 딸과 연락이 계속 안 되자 걱정되는 마음에 아침 9시께 집을 방문했다. 손녀는 엄마가 죽었다고 했고, 그 때까지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과수에서는 "주취상태에서 혼자 넘어지는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사망하기 전에 폭행 등 상황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강하게 시사되는 바,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감정했다.


황씨는 폭행치사 및 상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지만, 1심 법원은 지난 7월13일 가정폭력의 상황은 인정되지만 가해자의 폭력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폭행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은 현재 가해자와 검사의 쌍방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며, 2심 공판은 다음달 18일로 예정돼있다.


김 씨는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남편과 이혼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딸은 아버지와 함께 둘이 살았다.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 무렵 미아리 한 술집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남자가 바로 지금의 사위 황 씨였다. 곧 황 씨는 장인과 딸이 사는 곳에서 함께 살게 됐다.


김 씨는 본인이 이혼은 했지만 딸과는 다정한 관계였다고 한다. 술집 웨이터로 일한 사위의 수입이 변변치 않아 30만~40만원을 다달이 딸에게 붙여줄 정도였다. 김 씨는 평생을 서초동 모 은행 앞에서 옥수수를 삶아 팔아 많으면 월 100만원 정도는 벌었다. 이미 김 씨의 전 남편이자 피해자의 아버지는 병약해져 요양원에서 지내는 중이다.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 황 씨와 살아온 딸의 18년 인생은 구타당하고 정신적으로 혼미하고 무기력하고 자신감 없는 일상으로 점철됐다. 딸이 임신 중이었을 적에도 폭력은 계속됐다. 지난 2007년 5월 딸이 뇌진탕으로 서울 강북 모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2010년 11월에도 역시 병원에 갈 정도로 때렸다.


딸의 친구들은 얼굴이 항상 멍들어 있고, 늘 의기소침해 있는 딸에게 "이혼하라"고 거듭 제안했다. 딸도 김 씨에게 "이러다 맞아서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수차례 표현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김 씨는 "혼자되면 외롭고 어려운 게 많으니, 자식들 다 키우고 나서 이혼을 생각해보자. 조금만 참아라"는 말로 위로해왔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소장은 "법과 경찰, 사법부 모두 가정폭력에 대해 '집안 사정'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면서 "18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딸의 사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재판과정에서 느꼈던 절망감을 이렇게라도 이야기하고 알려나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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