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수익률 뚜껑 열어보니 문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융감독원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컨슈머리포트 발행이 연기됐다. 금감원은 당초 은행과 증권, 보험권역의 공통상품인 연금저축상품에 대한 컨슈머리포트를 이달 말 선보일 예정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일 "각 금융기관 별로 연금저축 수익률을 받아 검토해보니 미비점이 발견됐다"며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끝낸다고 단정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문정숙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이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일부 검토할 사항이 있어 (발행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컨슈머리포트 발행을 연기한 배경을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론 "의욕만 앞세운 무리수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컨슈머리포트를 쉽게 생각해 접근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구조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연금저축의 수익률 공개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제공하느냐"하는 점이다. 연금저축은 올해로 판매 10년을 맞고 있는데, 금감원은 현재의 수익률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은 30년을 내다보는 상품인 만큼 과거나 현재 보다는 미래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 현 시점의 수익률 제시는 소비자의 선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보험, 증권, 은행 마다 운용의 차이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가입 직후에는 증권사 수익률이 높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의 수익률을 보면 보험이 오히려 낫다"면서 "상품 운용 방식이 달라 생기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기관별 수익률 순위가 발표될 경우 업계의 반발은 상당할 전망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금감원 측도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대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률 편차가 심한 상품에 대해서는 리스크 발생 요인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이를 계량화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익률의 의미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평판과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 등을 함께 알리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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