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2분기 5년만의 적자…올 들어 자본잠식 빠져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올 2월 야심차게 군불을 지핀 행남자기의 4대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4대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유석 대표가 받아든 첫 성적표에는 적자가 새겨졌고 부채는 쌓여가고 있다. 김용주 회장의 수십년 노력이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퍼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행남자기가 봄 성수기에 받아든 성적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행남자기의 2분기 매출액은 전기보다 5.6% 줄어든 117억원. 4억49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적자(-1억2500만원)로 돌아섰다.
이 시기의 실적은 지난 2월말 김유석 대표가 취임한 이후 보여준 경영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그런데 도자기 회사의 최대 성수기인 봄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봄 윤달이 끼어있었다고 해도 처참한 결과다. 2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한건 지난 2007년 이후 5년 만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 들어 결국 자본 잠식에 빠졌다. 상반기 기준 자본 총계는 283억원으로 자본금(302억원)보다 적다. 부채 비율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9년 82.78%에서 2010년 86.23%, 2011년 136.68%까지 뛰었다. 상반기 기준 292억여원의 부채가 남아있고 이중 192억원은 단기 차입금이다. 분기 매출의 두 배 이상이 빚인 셈이다.
부실한 '기초 체력'에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올해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이 짙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값싼 중국산과 고가의 유럽산 제품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적자를 뒤집을만한 실적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도자기 회사의 특성상 봄과 가을이 성수기인데 '봄 장사'를 망쳐 영업적자를 냈으니 연 단위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용주 회장에서 김유석 대표로 넘어가는 4대 경영이 삐걱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0년간 도자기 외길을 걸어온 행남자기에게 최대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현재 김용주 회장의 장남인 김유석 대표가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창립 70주년과 4대 경영의 시작을 알렸지만 영업적자, 자사주 매각 철회 등 지난 6개월여의 행보를 보면 김 대표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 침체도 장기화되고 있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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