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처분 무리수에 시총 124억 증발
-2분기 매출 117억, 전기 보다 5.6%줄어…적자 전환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2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행남자기가 울상이다. 자사주를 팔아 적자 규모를 줄이려다 자사주는 팔지도 못하고 되레 주가만 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2분기 적자로 돌아서며 당장 발등에 불까지 떨어졌다.
21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행남자기의 2분기 매출액은 117억원으로 1분기 보다 5.6% 줄었다. 같은 기간 4억49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적자(-1억2500만원)로 돌아섰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고 지난 2월 김용주 회장의 장남인 김유석 대표가 취임하며 4대 경영의 막을 올린 가운데 거둔 성적이다. 적자전환이라는 빨간 불이 켜진 통에 '2020년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비전도 한 발짝 더 멀어졌다.
또 다른 악몽은 김 대표가 자초했다. 발단은 지난 4월 17일 낸 자사주 매각 공시다. 행남자기는 이날 향후 3개월 동안 자사주 31만여주(19억여원)를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공시를 냈다. 그런데 오히려 이날 주가는 5780원으로 전일(6100원)보다 5.2% 하락했다. 이후 주가는 계속 떨어져 이달 20일 4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자사주 처분 발표 전날 368억원이던 시가총액도 20일 기준 244억원으로 124억원이 증발했다.
예상 밖으로 주가가 떨어지자 자사주 매각 기회를 놓쳤고 이달 3일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수모도 겪었다.
행남자기는 13일 결국 자사주 처분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자사주 처분 결정에 대한 즉각적인 시장 반영이 부정적이고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 손실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게 이유였다. 은행빚을 갚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한 업계 관계자는 "하루 거래량이 1만여주에 불과한데 31만여주를 매각한다고 하니 투자자들이 서둘러 주식을 팔게 된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 하나로 주가는 떨어지고 시총은 줄고, 투자자들은 피해만 입고 끝난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털어내야 할 부채는 상반기 기준 총 292억여원이다. 이중 단기차입금이 192억원.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자산을 처분해 은행빚을 갚으려던 계획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전남 목포 본사와 공장부지 2만5580㎡(약 7737평)를 처분해 얻는 금액만 145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주식 가치와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해 목포 소재의 공장 부지를 매각해 차입금 상환 등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며 "재무 구조와 영업 활동에 긍정적인 신호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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