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석 대표 취임 후 급감…신성장 동력 마련 실패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하자.'
행남자기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년 반 새 직원 수가 20%나 감소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4대 경영의 신호탄을 쐈지만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신 성장 동력 마련에 실패하면서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행남자기 직원 수는 2009년 250명에서 해마다 줄어 올 6월 기준 200명까지 쪼그라들었다. 2년 6개월 사이 20%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올 2월 김유석 대표가 취임한 이후의 감소폭이 눈에 띈다. 지난해 말 221명이던 직원 수는 3월 211명, 6월 200명으로 6개월 동안 21명이나 줄었다. 지난 2년 6개월 사이 줄어든 직원 수(50명)의 42%가 이 시기에 몰렸다. 회사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직원들이 시나브로 빠져나간 셈이다. 대신 행남자기는 처음으로 계약직 3명을 고용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런 상황은 김 대표가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행남자기의 2분기 매출액은 117억원으로 1분기 보다 5.6% 줄었고 1억 2500만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김 대표가 취임하던 2월 23일 652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달 31일 기준 3850원으로 40.9% 하락했다. 이에 따라 행남자기 시가총액은 161억원이나 증발했다(393억→232억원). 상반기 기준 292억원의 부채도 안고 있다. 이는 상반기 벌어들인 액수(241억원)보다 많은 금액으로, 이중 단기차입금이 192억원에 달한다.
매출을 웃도는 차입금 규모는 행남자기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 더군다나 값싼 중국산과 고가의 유럽산 제품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동안 신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부담은 더 커졌다.
그동안 행남자기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신사업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2004년 진출했던 베이커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행남자기는 당시 서울 신사동에 '크리스피앤크리스피'란 매장을 냈으나 사업 부진으로 2009년 문을 닫았다. 미국 유학 후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을 2년 동안 이끌던 김 대표가 2004년 행남자기로 옮긴 후 처음 주도한 사업이었다. 수십 년간 도자기 외길을 걷다 섣불리 뛰어든 통에 고배를 마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남자기가 올 초 세라믹 연구소를 신설하고 신 성장 동력 마련에 분주하나 아직 걸음마 단계"라면서 "실적이나 신 성장 동력 찾기에서 성과를 거두지 않는 한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내부 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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