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지난주 코스피는 주간 기준으로 4.04% 올랐다. 지난주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로안정화기구(ESM)와 관련해 합헌 판결을 내린 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전격적인 3차 양적완화(QE3) 시행이 결정되면서 코스피는 단숨에 2000선을 넘으며 급등 마감했다.
17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 역시 'QE3 효과'에 따른 우상향 움직임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추가 상승의 속도는 조절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큰 의미에서의 방향성을 잡은 가운데 위험선호가 강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추가 상승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보다는 상승 갭 메우기나 숨 고르기가 뒤따를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1950~2050선에서 코스피 매물대가 걸려 있어 차익매물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적인 국채매입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적인 양적완화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공조의 부활과 위기에 대응하는 중앙은행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무제한적인 매입과 양적완화로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또한 경기회복이 될 때까지 시중에 돈을 살포할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장세는 상승 목표치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글로벌 위기 이후 수차례 경험했던 현상이다. 우리는 9월 밴드 상단으로 2000을 제시했으며 올해 타깃은 2100으로 설정해 두고 있다. 펀더멘털로 보자면 그 수치들이 적정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와 기업실적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돈의 힘으로 밀고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에서는 오버슈팅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감안돼야 한다.
정책 이벤트가 종료됨에 따라 오래 동안 정책에 매몰됐던 시장의 초점이 다른 요인들로 이동할 전망이다. 2000선에 올라온 시장을 무엇으로 더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기게 된다.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나 최근 매크로 가격지수들이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 등도 시장의 상승세를 제약할 만한 요인으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QE3는 2014년 말까지 1차 양적완화에 버금가는 규모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모기지 유동화 증권(MBS)을 매달 400억달러씩 2014년 말까지 지속적으로 매입한다면 QE3 규모는 1조1000억달러로 추정된다. 또 1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올 연말까지 연장되면서 연준은 2670억달러의 장기국채를 매입할 예정이다. QE3는 QE1과 마찬가지로 MBS를 매입대상으로 삼고 있어 좀 더 공격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QE3는 달러약세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전망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미국 뿐 아니라 유동성 경색이 문제가 되는 여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이다.
코스피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상당히 둔감해졌다. 코스피는 1차 양적완화시 72% 상승했으나 2차 양적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시기에는 각각 21%, 4% 상승했다. 유럽, 중국 등 경기둔화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실업률 하락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기업실적 하향과 함께 코스피 상승폭은 제한될 수 있다. 수급측면에서는 코스피 매물대가 1950~2050에 걸려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코스피는 거래대금이 적었던 1750~1950선에서는 프로그램 매수, 외국인 매수에 탄력적으로 상승했지만 1950~2050선에서는 차익매물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미국의 QE3 단행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은 커질 것이다. 과거 QE 실행 이후에도 경기 모멘텀 회복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QE3가 장기적으로 경기회복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인레이션 압력을 차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M, QE3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간의 공조체제는 확인돼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QE1, QE2 실행으로 달러화 약세, 이로 인한 국제유가를 포함한 상품가격 급등 등의 현상이 전개됐다. 그러나 QE3 이후에는 달러화 약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안전자산선호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상대적으로 약했고, 선진국간의 금리차 확대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은 국제유가 상승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QE3 핵심이 MBS 매입이라는 점에서 미국 금융업종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부동산시장 회복에 추가적인 부양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IT, 자동차 등은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유업종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 우려와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 등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울 전망이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