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공정한 복지정책과 경제성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한국이 반드시 유럽이나 미국의 복지제도를 모방할 필요는 없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기 소르망 (68)교수가 한국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기존의 복지제도에 얽매이지 말고, 혁신적인 복지모델을 구상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신간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를 출간한 기 소르망 교수는 14일 프랑스 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복지 정책과 양극화 문제, 한류 열풍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국은 복지에 대한 비중 늘려야 = "복지문제가 올해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을 뗀 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은 전체 국가생산 가운데 7%만을 복지에 쓰고 있기 때문에 복지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문제를 다룰 때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회적 공정성을 보장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프랑스와 미국의 예를 들어 '분배와 성장'간의 균형 문제를 설명했다.
기 소르망 교수는 "프랑스는 전체 국가 생산의 50%를 재분배해 복지에 활용하고 있다"며 "공정한 방법으로 분배하고 있지만 낮은 경제성장률, 높은 실업률, 예산적자 등의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편 미국은 전체 국가 생산 가운데 약 30%를 복지에 쓴다"며 "민주당은 좀 더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공화당은 줄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복지비중을 늘리는 게 맞지만 갑작스럽게 확대할 경우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인구 고령화와 경제활동인구감소로 인한 이민정책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며 "이런 문제들을 차치하고 복지문제만을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포퓰리즘적"이라고 주장했다.
◆월가 엄격히 규제할 필요성 인정= 기 소르망 교수는 지난해 세계를 휩쓴 뉴욕 월가 시위에 대해서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계층이 소수의 금융계 종사자"라며 "이들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금융계 종사자들이 소수이며, 부패한 집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이들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 소르망 교수는 "다만 전 세계 빈곤층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이들 금융 엘리트가 시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대기업의 역할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만 기업의 부정·부패문제 등 도덕적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 정부의 문화 홍보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홍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문화홍보정책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반에 K팝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유럽인은 한국 문화에 대해선 거의 무관심하다"면서 "K팝 가수가 한국 문화를 알린다기보다 유행하는 팝 음악을 전파하는 그룹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분야는 오히려 순수 예술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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