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근저당이 설정된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액임대차 보증금 한도이내로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면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이 계약도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근저당등기권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해당 아파트의 임차인인 김모씨(35)와 송모씨(42)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청구소송에서 피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체결당시 이 아파트가 다액의 근저당권과 다수의 가압류 등이 설정돼 있다는 점을 임차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며 "임대차 보증금도 지나치게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임차인 김씨가 또다른 임차인인 송씨의 남편이 운영하는 주유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같은 날 동일한 양식의 임대차 경위서 등을 제출하는 등 둘이 잘 아는 사이로 판단된다"며 "소액임대차 보증금의 최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해 임대차계약을 나눠 체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주인 정모씨는 지난 2006년 9월 아파트를 담보로 저축은행에 1억6800만원을 대출받고 근저당설정등기를 마쳤다. 이후 2010년 6월 원고인 자산관리공사가 자산관리 업무를 위탁받으면서 근저당등기를 이전 받았다.
이 사이 임차인 김씨와 송씨는 2009년 12월 정씨 아파트 중 방 2칸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맺고 보증금으로 각각 1700만원, 1800만원을 지급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이들이 임대차계약을 맺을 당시 이 아파트에는 은행 명의의 근저당권 이외에 다른 개인과 은행, 기관 이름으로 근저당 설정과 가압류 등기가 설정돼 있었다.
2010년 자산관리공사가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법원은 1순위로 임차인인 김씨와 송씨에게 각각 1600만원을 배당했다. 이에 반발해 자산관리공사는 김씨와 송씨가 배당액 중 각각 280여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임차인 김씨와 송씨가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 규정을 악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채권자들을 해칠 목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한 사해행위라고 보고 아파트 임대차 계약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임차인들이 보증금 우선변제를 확보하기 위해 허위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보증금을 지급하거나 실제로 아파트에 거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임대차계약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