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고 영화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은 이 영화제의 엄격한 규정 덕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은사자상을 받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더 마스터’를 최고의 영화로 꼽았지만, 황금사자상 수상작이 여러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경쟁작인 피에타가 최고의 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여배우 사만다 모튼(영국)은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와 인터뷰에서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황금사자상 수상작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시간을 고심했다고 밝혔다.
코리에레델레라 신문은 “심사에서 제기된 모든 질문들은 종합하면 베니스 영화제 규정만 아니었다면 더 마스터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을 것”이라며 심사위원들이 더 마스터에게 여러 개의 상을 주는 유일한 길이 황금사자상을 한국 영화에 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 당시 작품성과 우수성, 감동을 일으키는 힘, 감독의 예술적 의욕과 미학적 가치 등에서 어떤 영화가 황금사자상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모튼은 “심사위원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면서 “만약 어떤 작품에 황금사자상을 주면 그 작품은 다른 상을 수상할 수 없다. 최고 배우상이나 영화예술상도 받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작품이 여러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종종 황금사자상 후보에서 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장인 미국의 마이클 만도 감독도 “설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고 해도 최고상 하나 밖에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라군에서 열리는 베니스영화제의 규정은 황금사자상 수상작이 다른 상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번 영화제에선 피에타가 황금영화상을 받았고, 더 마스터는 감독상인 은사자상과 함께 남자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공동으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반면, 이같은 규정 때문에 피에타의 여주인공인 조민수가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거론됐지만, 실제 상을 못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에타’ 투자배급사 뉴는 “심사위원 및 영화제 관계자들은 폐막식 후 마련된 피로연 자리에서 조민수의 여우주연상은 만장일치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올해 베니스 여우주연상은 이스라엘의 라마 버쉬테인 감독의 ‘필 더보이드’에 출연한 하다스 야론에게 돌아갔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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