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집에서 3살 배기 아들과 함께 낮잠을 자던 중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한 만삭 임신부의 남편이 온라인에 글을 올려 아내를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20대 주부 A씨는 지난 달 12일 집에서 낮잠을 자다 몰래 침입한 B모(31)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임신 8개월째 만삭의 몸이었다. 옆에는 3살 배기 아들이 잠들어 있었다. 용의자 B씨는 이튿 날 자신의 집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피해자 A씨의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이었다. 과거 성폭행으로 구속된 적이 전과 6범이었다.
A씨의 남편은 사건이 일어난지 4일 뒤인 지난 달 16일 처음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아내는 옆에서 자는 큰 아이 때문에 소리 한번 못 지르고 당했다고 합니다. 순간 순간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상상이 안될 정도로 괴롭고 답답합니다"라고 괴로운 심경을 써내려갔다.
그는 지난 달 20일과 21일에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는 "전해 듣기로는 가중처벌돼도 형량이 5년"이라면서 "저희 가족의 아픔이 작은 시발점이 돼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법이 개정되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피의자를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호소였다.
경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 5일 남긴 글에서 그는 "외상 흔적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119구급차를 돌려 보내고 집 앞에 주차된 경찰차에서 아내에게 1시간 남짓 진술을 하게 했습니다. 외상이 없었다지만 엄청난 충격을 받은 아내에게 도데체 왜 진술을 요구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울고 있는 아내를 본 것은 범인이 달아난 지 1~2분도 채 안 됐을 때였다. 범인과 마주쳤지만 결국 놓쳤다. 그는 "범인 인상착의는 제가 기억하고 있는데 왜 굳이 아내를 편하지도 않은 그 딱딱한 의자에 앉혀 진술을 하게 했는지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했다.
그는 사건 이후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켜주지 못한 제가 큰 죄인입니다. 제 아내는 자신의 희생으로 뱃속의 아이와 큰 아이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끝까지 제 아내를 사랑할 것을 맹세 드립니다"라며 아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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