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역도여제(女帝)' 장미란(29)이 역도선수라는 사실이 창피했던 어린시절 사연을 공개했다.
4일 방송된 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에는 '2012 런던올림픽' 여자역도 75㎏급 국가대표 장미란이 출연, 역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털어놓았다.
장미란은 "처음엔 안 그래도 덩치 큰데 힘쓰는 운동을 시키려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며 "어린시절 피부도 안좋았고 덩치도 컸고 잘하는 것도 없어 열등감이 많은 아이였다"고 술회했다.
역도부에 마지못해 들어가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장미란은 "가자마자 경량급 정도 되는 남자선수가 날보고 '우와 진짜 크다'고 하는거에요. 그 말에 상처받아서 부모님과 옥신각신했어요. 결국 그 해 겨울방학 때 다시 역도장을 가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도를 시작하고도 한동안은 친구들한테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장미란은 "창피했다"며 "수업 끝나고 일찍 어디론가 가는 나를 보고 친구들이 궁금해 했지만 끝까지 말하지 않았고 선생님한테까지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장미란의 실력은 이내 입증됐다. 역도부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안돼 도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된 것. 또 대회 때 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역도가 주는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게 됐다.
장미란은 "역도는 정직하고 깨끗한 운동"이라며 "노력하고 공들이고 열정을 쏟은 만큼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역도를 무식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원리를 보면 굉장히 과학적"이라면서 "역도는 균형감각과 유연성 순발력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보면 과학적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역도를 만나면서 인생의 목표도 생겼다. 장미란은 "그 때 역도를 배우지 않았으면 자신감도 꿈도 목표도 없이 살았을 것"이라며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뚜렷히 자랑할만한 게 없던 내가 역도를 만나면서 꿈과 목표, 자신감도 생기고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날 방송에서 장미란은 하루 4만~5만㎏의 바벨을 들어올리는 연습을 한다고 말해 MC들을 놀라게 했다. 또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허리 부상으로 부진해 슬럼프를 겪었던 일화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장미란은 17세에 역도를 시작해 2005년, 2006년, 2007년, 2009년까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75㎏급에서 4위를 기록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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