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과 1조원대 특허 소송 '국수주의 판정'에 정면 승부…새롭게 합류한 폴 클레멘트 변호사는 누구?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주(州) 정부의 무기휴대 권리를 인정한 판례를 만들어 낸 슈퍼 변호사',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법무부 차관', '오바마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건강보험개혁법 위헌 소송 반대 진영 대리인'.
코오롱이 듀폰과 벌이고 있는 1조원대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 소송 항소심에서 새로 선택한 대표 변호인 폴 클레멘트(Paul Clement)의 주요 이력이다. 이력 그대로 보수 색채가 짙다. 관련 판결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처럼 미국의 민족·보호무역주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의외의 선택이다.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보수적 판결에 보수진영 대표 변호사가 일격을 가하는 형국이다. 보수·진보 색채 논란을 떠나 무죄를 확신하는 코오롱의 '변호 전략'이 승부수로 작용할지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항소심 성격상 논리 싸움이 관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오롱은 무죄 입증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5일 코오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미국 연방 제4순회 항소법원에 항소 의사(Notice of appeal)를 통보했으며 항소심 변호는 폴 클레멘트 변호사가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항소심에서는 항소 의사를 법원에 통보하는 것으로 항소심 절차가 시작되며 통상 1년~1년6개월 정도 걸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코오롱이 기존 법률 대리인인 폴 헤이스팅스(Paul Hastings) 진영에 새로 합류시킨 폴 클레멘트 변호사다. 조지타운대 외교학과(학사),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석사)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부 서열 4위인 법무부 차관(Solicitor General)을 지냈다.
항소 전문 변호사인 폴 클레멘트는 미국 내에서 '슈퍼 변호사'로 통한다. '무기휴대 권리'를 인정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를 주정부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판례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판례는 시카고시의 총기소지 규제법이 수정헌법 제2조가 보장하는 총기 소유권리를 침해한다며 맥도널드가 소송을 제기해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법원은 맥도널드의 손을 들어줬고 이때 변호인이 폴 클레멘트였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폴 클레멘트의 명성은 이어졌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에 대한 26개주 위헌 소송에서 오바마 상대 진영 대리인을 맡으며 사실상 '오바마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6월 최종 합헌 판결이 나면서 패소했지만 폴 클레멘트의 명성은 높아졌고 성향도 보다 확실해졌다.
이 같은 폴 클레멘트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코오롱이 항소 절차에 그를 선택한 배경에는 무죄 입증에 대한 확신이 있다. 아울러 미국의 민족·보호무역주의 물결에 편승한 불리한 분위기를 '보수 대(對) 보수 국면'으로 정면 돌파하고자 하는 코오롱의 승부수도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사안이 여타 국내 업계(체)에 미치는 영향이 산술적·심리적으로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도의 항소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현 분위기상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어 (코오롱의) 선택이 향후 항소심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 클레멘트는 항소심 과정에서 논리 싸움의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은 “(1심 판결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듀폰의 영업비밀임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코오롱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들은 배제됐다”며 “특히 잘못된 이론에 근거한 손해배상액 산정 등도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지난달 31일 코오롱의 아라미드 브랜드인 헤라크론에 대해 20년간 전 세계 생산·판매금지와 함께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액을 산정, 판결했다. 이후 코오롱은 버지니아 동부법원과 미국 제4순회 항소법원에 즉각 집행정지 긴급신청을 제기했고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생산라인은 재가동 중이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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