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16회 MBC 월 밤 9시 55분
“그냥 인턴이 아니라 이사장 손녀딸입니다.” 박금녀(선우용녀)가 병원 수뇌부 앞에서 강재인(황정음)을 소개하는 이 대사는 재인을 병원 말단직 인턴에서 병원의 상속녀로 격상시키는 한마디다. 재인 앞에서 억지미소를 띄거나 딸꾹질을 멈추지 못하는 병원 수뇌부의 반응은 그녀를 둘러싼 그들의 태도가 변화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더 나아가 이사장 강대제(장용)의 부재가 외상센터 유치 여부와 직결되는 세중 대학병원의 현실 앞에서, 인턴이 아닌 상속녀 재인의 존재는 앞으로 병원의 민감한 사안인 외상센터 유치와 직결되는 중심인물로 <골든타임>에서 떠오를 것임을 암시했다.
인턴이면서 이사장의 손녀인 재인의 캐릭터는 병원이라는 조직 사회 안에서 한 개인을 다루던 <골든타임>의 또 다른 볼거리 중 하나였다. 병원 내 낮은 위치인 ‘그냥 인턴’으로서 당했던 그녀의 고난이 언젠가 드러날 ‘상속녀’라는 정체를 통해 병원 조직 내의 부조리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속녀’라는 카드를 내미는 순간은 통쾌함 대신 현실을 확인시켰다. 재인의 선택은 이사장의 머리맡에도 올 수 없는 병원 내 신분 격차를 재확인한 것이고, 병원 수뇌부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조직의 생리에 순응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민우(이선균)는 신경과 레지던트의 지시에 불응하고, 최인혁(이성민)의 충고도 듣지 않고, 처음처럼 “환자에게 꽂혀서 또 보호자처럼” 환자를 치료했다. 재인과 민우는 처음으로 호감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믿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마지막 민우가 길게 내쉰 한숨이 암시하듯 재인과 민우는 병원 안에서 이제는 다른 신분이 됐고, 각자의 신분에 맞는 반대되는 행동을 선택했다. 두 인턴은 달라진 세상 앞에서도 여전히 믿고 의지하며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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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기민(TV평론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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