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린이 살리기 위해 대한항공과 진에어 함께 날아"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드세요. 그러면 아프리카 어린이 한 달분 식사가 해결됩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진에어 전무)가 아프리카 어린이를 살리기 위한 전도사로 변신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에서 시작한 사내동아리 활동을 그룹 전체를 넘어서는 CSR(사회적 책임활동)으로 승화시키며 자선 행사를 진두지휘했다.
◆"드시면 기부됩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국제아동돕기연합 '유익한 공간(UHIC)'에서 조 상무를 만났다. 이곳에서는 '제 10회 진에어와 함께 하는 대한항공 사랑 나눔 일일카페'가 열렸다.
카페는 너무 부족해서 가득 찼다. 오늘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따뜻한 손길이 카페 안을 꽉 채웠다. 이들은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 커피를 즐겼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날 지불된 수익금은 모두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성금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조 상무는 "처음에는 진에어 사내 동아리에서 하는 행사를 지원차 나왔다가 너무 좋은 행사라 대한항공으로 옮겨 크게 발전시켰다"며 "벌써 10번째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일카페라는 게 해도 수익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은 카페 자체가 자선단체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회를 맞는 대한항공 일일카페는 진에어에서 시작된 행사다. 2010년12월 진에어의 사내 봉사동아리인 '나는 나비'가 시작한 행사가 날아올라, 대한항공에 안착했다. 조 상무는 대한항공의 통합커뮤니케이션실을 통해 전사적인 행사로 번지게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 알비노를 지켜라= 오후 5시가 될 무렵, 조상무가 갑자기 바빠졌다. 그는 테이블마다 찾아다니며 "강의에 다들 참석해달라"고 독려했다.
강의의 주인공은 UHIC 이사장인 신세용씨였다. 조 상무는 강의 전 간단한 사회를 보며 신 이사장을 소개했다. 주인공 자리를 양보한 조 상무는 강의를 경청했다.
신 이사장은 탄자니아의 버림 받은 하얀 흑인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 놨다. 이들은 '알비노'라는 선천적 색소결핍증을 앓는 어린이들로 햇빛만 닿아도 피부가 타들어가고 시력을 잃는 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 하지만 유전병보다는 이들의 신체를 먹으면 부자가 된다는 탄자니아내 미신이 공포였다. 깊은 밤을 틈타 팔다리를 잘라 가거나 유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신 이사장은 "오늘 대한항공이 도와주신 수익금은 이들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된다"며 "현지인을 선발해 교육하고, 현지에 맞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키퍼 프로그램' 등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통큰 재능기부= 신 이사장의 강의가 끝나자 조 상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 상무는 "사회공헌활동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첫째는 여러분처럼 시간과 자금을 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며 두 번째는 계속 후원에 나설 수 있는 책임감 있는 기업이고 세 번째는 신 이사장님을 비롯한 UHIC과 같은 행동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세 번째의 경우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요소"라며 "이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대한항공에서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며 선물을 건넸다.
조 상무의 선물은 인천공항에서 케냐 나이로비까지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왕복항공권이었다. 내년까지 총 10회를 왕복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다리가 마련된 셈이다.
자리에 있던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은 일제히 박수로 화답했다.
행사 후 10회 기념식 행사로 바비큐 파티가 시작됐다. 바비큐를 먹는 것도 모두 성금으로 모아졌다. 불토(불타는 토요일)파티를 즐기려는 기자에게 갑자기 '나비'가 날아들었다. 조 상무가 후원서를 내민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서명하고 나비를 보냈다. 하늘을 보니, 수많은 나비들이 강남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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