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나경원 피부과’로 유명세를 탔다가 정·관계 로비 연루 의혹이 제기된 병원 원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로비는 실체가 없고 병원장이 뱃속만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박순철 부장검사)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사기·사기미수 혐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피부과 원장 김모(54)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0년 3~6월 “오리온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사장(54·구속기소)으로부터 2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같은해 1월 김씨가 지인인 한모씨 부부로부터 "인천지검에서 수사 중인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힘써달라"며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그러나 실제 김씨가 국세청이나 검찰과 접촉한 사실은 없던 것으로 결론냈다. 검찰은 김씨가 돈을 받아 챙길 무렵 고가의 시계를 구입하고 본인 계좌에 대량의 현금을 채워 넣은 점, 김씨 본인 또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돈만 받아 챙길 의도가 있었음을 일부 시인한 점 등에 비춰 받은 돈이 개인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국세청은 당시 예정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해 40억원대 횡령·탈세 혐의로 오리온그룹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후 조 전 사장 등은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사장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한차례 풀려났지만 이후 다시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5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다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또 한씨 부부를 상대로 로마네콩티(시가 1800만원 상당) 등 고가 와인 4병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 실제 받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모 피부과 의사 박모씨가 “연구모임 참여비 명목으로 돈만 받아 가로챘다”며 김씨를 고소한 건도 9000만원 전달사실을 확인해 혐의에 추가했다.
한편 김씨가 운영한 피부클리닉은 앞서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원을 내고 피부 관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유명세를 탔다. 이후 명예훼손 관련 고소를 접수한 경찰 수사 결과 실제 나 후보가 사용한 금액은 550만원, 연간 이용한도는 3000만원 선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평소 정치권 인사와 친분이 있음을 과시했고 ‘나경원 피부과’로 구설에 오르기 전까진 실제 상당수 정치권 인사가 이 클리닉 회원으로 등록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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