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CGV 홍보팀당 이상규씨..커피숍 창업으로 새로운 도전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진정한 커피 맛을 알게 되는 나이가 60세라고 하더라구요. 그에 비하면 저는 조기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죠."
30일 명동 전광수커피하우스에서 만난 이상규(45·사진)씨는 커피 창업을 통해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고 있는 이의 흡족함이 만면에 퍼져있었다. 까딱하면 던져버릴, 그러나 월급날이면 도로 꽁무니 빼고 마는 사표를 양복 안쪽 주머니에 깊숙이 넣고 다니는 이 시대 직장인들에게 이씨는 어쩌면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씨에게 있어 커피는 단순히 일상에서의 탈출 수단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열어주는 기회의 문이다.
이씨는 지난 20년간 한 우물만 판 홍보맨이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대우자동차 홍보팀에서 일했고 이후 CJ CGV로 자리를 옮겨 2011년까지 홍보팀장으로 재직했다. 지난 3월 커피 바리스타 공부를 하기 직전까지는 오리온에서 홍보를 맡아왔다. 반평생 홍보를 업으로 삼아온 이씨는 '이쯤에서 인생의 절반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돌연 사표를 내고 그동안 관심 있었던 커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진흥회에서 하는 창업교육을 받는가 하면 현재 전광수커피하우스 커피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늦게 입문했지만 제법 커피에 소질도 있는 편이다. 지난 7월에는 한국커피협회의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고 최근에는 유럽커피협회(SCAE)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 어려운 시험은 아니라지만 어지간한 열정이 없으면 취득하기 어렵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고 하는 '커피 사장님'이 되는 것 대신 굳이 본인이 직접 커피를 배워 손수 만들겠다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씨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프랜차이즈 사업이 아니라 진정으로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차원에서의 커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중년들이 은퇴 후 생각하는 자영업으로 커피사업을 택하는데 정작 본인은 커피의 '커'자도 모르고 직원만 믿고 나섰다가는 100이면 100 실패한다"면서 "주방부터 장악하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도까지는 준비를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년 3월 강원도 속초쯤에 여유로운 커피 한 잔 즐길 수 있는 커피숍을 차리는 게 목표다. 이씨는 "지금은 시간 때우기 식의 '킬링타임(Killing Time)'용으로 커피숍을 많이 찾지만 앞으로는 '힐링타임(Healing Time)'으로서의 커피숍 기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일상에서 또다른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설레는 줄 몰랐다는 이씨는 끝으로 이렇게 끝을 맺었다.
"지금까지 홍보맨으로 살아왔지만 나머지 반평생은 Mr.커피맨으로 살고 싶어요. 잠깐 하다가 문 닫는 커피숍이 아니라 한결같은 자리에 10년이고 20년이고 손님들이 반길 수 있는 매장을 여는 게 꿈입니다. 인생 이모작이 본격화되는 내년쯤 제 이름을 건 커피숍에서 또 뵙지요."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