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모르는 어린이 가구…연 4000억 시장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경기 불황에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시장이 있다. "경기 불황을 모른다"는 엔젤(angel)시장이다. 엔젤산업은 보통 0~14세의 영유아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관련 모든 산업군을 일컫는다. 출산율이 낮아지며 어린이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30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동용 가구시장 규모는 연간 4000억원대 수준으로 전체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2300억원대에 머물렀던 2004년과 비교하면 8년새 74%나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아동용 가구 시장은 규모 자체도 크지만 성장 잠재력 또한 뛰어나다. 해마다 10~20%씩 꾸준히 성장할 정도다. 이에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가구업계로 엔젤시장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동용 가구도 맞춤형…연령별로 세분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입학 후에야 처음으로 책상을 '선물'로 받았다. 때에 따라서는 형제·자매가 쓰던 책상을 물려받기도 했다. 이렇게 처음 소유한 책상은 쉽게 바꾸지도 못하고 10여년을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태어나서 성인이 돼 출가할 때까지 단 두 번 가구(책상)를 바꾼다는 우스갯소리마저 있을 정도였다. 연령별 성장기는 고려 요인이 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한 자녀 가정이 늘고 자녀에 대한 관심과 지출이 증가하면서 가구 업체의 전략도 수정됐다.
한샘은 일찌감치 자녀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대형 직영매장과 대리점에 자녀방 전문관을 운영해왔다. 자녀의 연령, 성별, 성격은 물론 자녀방 기능에 따른 인테리어를 고객들이 직접 매장에서 보고 선택하도록 한 것. 특히 자녀방 구매 시기를 세분화했다. 초등학교, 고등학교라는 2단계 구매 패턴을 미취학, 초등학교 저학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등 5단계로 확대했다.
한샘은 우선 초등학생용 가구 '캐럴'의 주요 고객을 저학년으로 좁히는 대신 고학년을 위한 '엘리머'를 내놓았다. 엘리머는 컴퓨터 사용을 편리하게 하고 수납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을 고객층으로 삼은 '아이디'는 '디지털 세대를 위한 멀티 스페이스'를 콘셉트로 했다.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을 위해 디지털기기를 고려한 케이블 수납, PC 본체 수납함 등의 공간을 마련했다. 용도에 따라 분리하거나 확장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주요 수납품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 가구인 셈이다.
한샘 관계자는 "자녀방 가구를 고를 때 한 번 구입해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보다는 연령대에 맞는 기능과 형태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면서 "올바른 학습 습관과 인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학습 능률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바트도 아이 성장에 맞춘 시스템 가구 '오즈 아이(i)'를 출시했다. 아이들의 성장기에 맞춰 가구 크기를 달리한 전략이다. 리바트 디자인연구소가 밝혀낸 연령대별 알맞은 책상과 의자 높낮이를 적용해 3단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안전한 곡선형으로 디자인됐다. 리바트 관계자는 "성장기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용 가구인 만큼 신체 사이즈 변화가 디자인의 최우선 고려 요소가 돼야 한다"면서 "연령대별 신체 발육에 맞춰 3단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돼 최적화된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감성 충전·호기심 자극…다양한 요구도 만족= 연령대별 맞춤형 가구라는 조건을 만족시킨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보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가 기다리고 있다. 성별에 따른 감성을 고려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 등이 대표적이다.
한샘은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여학생들을 위한 '메이엘'로 승부수를 던졌다. 밝고 화사한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섬세하고 세련된 장식을 더해 공주방 같은 느낌을 준다. 인조 라탄 소재를 가구 문에 가미해 장식 요소도 강화했다. 보루네오가 내놓은 '에이미'도 여학생들을 위한 가구다.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장식에 치중했던 이전 제품과 다른 전략을 취했다. 질리지 않도록 무난한 크림색을 바탕으로 장식 요소는 최대한 생략하고 여성스러운 라인을 부각해 로맨틱한 스타일을 구현한 것. 보다 성숙한 느낌을 줘 다른 가구와 조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3~5세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가구에는 '재미'라는 요소가 더해졌다. 한샘의 '애니'는 놀이와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애니는 가볍고 질 좋은 플라스틱 소재로, 어린 아이가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토끼 모양의 의자나 둥근 형태의 테이블, 토끼 모양의 손잡이 등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산뜻한 색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준다.
에몬스는 다음달 '로미 앤 줄리'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부드러운 메이플·아이보리 색을 바탕으로 취향에 따라 녹색 또는 오렌지 색을 더해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메모 기능이 있는 유리 판넬과 컬러 선반 등 다양한 옵션을 이용해 공간에 재미를 줄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규격의 책장과 2단 침대, 미니옷장, 코너 책장, 베드 스툴 등 입맛에 맞게 추가 구성을 할 수 있다.
에몬스 관계자는 "올 하반기 아동용 가구는 친환경 자재를 기본으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아이들의 성장하면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모듈형 가구를 콘셉트로 잡았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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