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사또전> 5회 수 MBC 밤 9시 55분
‘기억실조증’에 걸린 아랑(신민아) 뿐 아니라 은오(이준기)와 주왈(연우진)에게도 기억은 집착의 대상이다. 서얼로 태어난 은오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죄책감에 매어있고, 어머니를 찾으며 어머니를 부정했던 자신의 과오와 과거를 쫓는다. 쇠죽을 훔쳐 먹던 과거를 지닌 주왈 역시 “쓸모 없는” 골비단지였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은오와 주왈의 기억은 서씨(강문영)라는 공통된 등장인물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은오의 기억 속 어머니 서씨와 주왈에게 맑은 영혼을 모으게 시키는 서씨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것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아랑의 기억이다. 이렇듯 서로의 기억을 연결해야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해결되지 못한 과거를 가진 이들은 현재를 살면서도 기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랑이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 놓인 것처럼, 은오와 주왈도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 놓여있다.
과거는 현재와 연결된다. 아랑의 기억이 현재 은오의 어머니를 찾을 답인 것처럼, 이들이 집착해온 기억은 이들이 살아가야할 현재를 가리키는 답이다. 과거와 기억에 대한 집착은 감춰진 비밀을 찾아내 온전한 현재를 살려는 열망과 연결된다. 은오는 오랫동안 귀신들렸다 하여 발길이 끊겼던 산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는 아랑의 기억을 쫓는 은오의 걸음이 서씨 가문의 몰락과 최 대감(김용건)의 권력이라는 오랫동안 감춰져온 부모세대의 진실을 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아랑의 기억이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속속 밝혀지고 있는 지금 아랑의 기억이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의 완성이 곧 현재의 모든 비밀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과 사,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 흩어져 있던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여, 본격적인 <아랑사또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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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지예(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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