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사또전> 1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아랑(신민아)은 달린다. 저승사자를 피해서, 저승으로 가지 않기 위해 이승에서 달린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인간과 귀신이 함께 있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희미해진 산 속에서 그 힘찬 달리기를 무심히 바라보는 은오도령(이준기)의 모습으로 <아랑사또전>은 시작한다. <아랑사또전>의 배경이 되는 조선시대 밀양의 현실도 이 산속과 다르지 않다. 은오가 귀신을 볼 줄 안다는 사실을 듣고 그에게 자신의 사정을 들어 달라 애원하는 원귀들처럼, 저자거리의 민초들은 위정자에게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 외치고 또 외쳐야 한다. 그 경계에 서 있는 은오가 양 쪽의 원을 모두 들어야 하는 위치인 사또의 자리에 얼떨결에 올라가게 되는 것으로 <아랑사또전>은 이야기를 쌓아올리기 위한 첫 디딤돌을 놓았다.
“춥지 않은 거 빼면 다를 거 하나 없이” 인간과 똑같이 비를 맞고, 잠도 자는 원귀 아랑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자 하는 인간적인 욕망으로 이승에 남았다. 저승사자와 귀신이 나오는 판타지 사극이지만 <아랑사또전>의 관심사는 결국 인간의 삶이다. 하지만 첫 회에서 그 관심사가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못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바로 움직이는 아랑의 행동력과 귀신과 얽히지 않으려는 은오의 까칠한 태도로 캐릭터는 다져졌으나, 아직 숨겨둬야만 하는 비밀들 탓에 이야기는 아랑처럼 달려가지 못하고 멈칫거렸다. 전설 비틀기와 같은 가벼운 코미디가 녹아들지 못한 것도 아쉽다. 그럼에도 <아랑사또전>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바로 그 숨겨진 이야기들이다. 귀신의 원을 풀어주듯이 한 타래씩 풀려갈 사연들에 “계산대로 되지 않는 일”이 넘쳐나는 인생을 담아낼 수 있다면,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주인공은 <아랑사또전>의 비밀 무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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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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