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사또전> 3회 수-목 MBC 밤 9시 55분
2회에 아랑(신민아)의 신원을 확인한 데에 이어 3회에는 시신까지 발견했으니, 원전인 아랑 설화에 비하면 <아랑사또전>는 전개가 굉장히 빠르다. 아랑의 최대 고민인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이미 답이 나온 상황, <아랑사또전>은 3회에서 발 빠르게 또 다른 질문과 단서들을 던진다. 옥황상제(유승호)와 염라대왕(박준규)의 대화에서는 ‘500년 동안’ 풀리지 않은 혼령들의 문제가, 최 대감(김용건)과 최주왈(연우진)의 대화에서는 꾸준히 등장하는 ‘보름이 되기 전에 구해야 하는 처자’ 이야기와 함께 ‘태는 갖췄지만 아직은 가짜’인 주왈에 대한 최 대감의 견제가 전개된다. 그리고 주인공 아랑은 스스로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 대신 ‘왜 죽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렇듯 쉴 틈 없이 새로운 질문과 단서를 던지는 <아랑사또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 속도감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작품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질문과 단서들이 파편적인 것에 비해, 던져놓은 것들에 대한 뒤처리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아랑사또전>은 주왈이 매달 한 명 꼴로 처자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언급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단서를 주지 않는다. 물론 조금씩 보여주고 감추는 것이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더 많은 단서를 풀어 궁금증을 유발해야 하는 대목조차 찔끔 언급하고 마는 수준으로 그친다면, 긴장감은 자연스레 처질 수밖에 없다. 아랑과 은오(이준기)는 아랑을 지척에서 모셨던 관아 침모를 발견해 놓고도 정혼자 주왈과의 만남에만 집중한다. 기껏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그 질문을 왜 했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지금 <아랑사또전>에서 시급한 것은 극이 던지는 질문과 단서를 더 설득력 있게 다듬어 극에 제대로 된 리듬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숨이 차도록 뛰어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 산보처럼 보인다면 그 고생이 헛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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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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