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박지성-박주영-기성용-이청용, 일명 ‘양박쌍용’이다.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 당시 허정무호의 아이콘이자 한국축구의 ‘판타스틱 4(Fantastic 4)’였다. 박지성의 A대표팀 은퇴로 더 이상 이들이 한 팀에서 뛰는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한 무대에서 겨루는 모습은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다름 아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가능성은 반반이다.
일단 ‘양박쌍용’의 절반은 EPL에 새 둥지를 틀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주인공은 ‘맏형’ 박지성. 7년 간 활약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올 시즌 QPR(퀸스파크 레인저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EPL 첫 아시아인 주장의 영예도 얻었다. 개막 후 치른 두 경기에서 비록 팀은 1무 1패로 부진했지만, 박지성만큼은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막내’ 기성용 역시 최근 스완지 시티의 일원이 됐다. 600만 파운드(약 108억 원)의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에서 그를 향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1990년대 덴마크와 바르셀로나의 전설적 미드필더였던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 감독 역시 그를 올 시즌 핵심 선수로 기용할 생각이다. 다만 28일 반슬리와의 리그컵 2라운드로 기대됐던 데뷔전은 통관 절차 탓에 9월 1일 선더랜드와의 정규리그 3라운드 홈경기로 미뤄졌다.
‘양박쌍용’의 재회 여부는 박주영(아스널)과 이청용(볼턴)의 거취에 달려있다. 박주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으로부터 새로운 팀을 알아보란 ‘방출 통보’를 받은 상황. 문제는 높은 이적료다. 아스널은 박주영의 몸값으로 최소 400만 파운드(약 72억 원)를 요구하고 있다. 비록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여전한 기량을 뽐냈지만, 지난 시즌을 통째로 ‘개점휴업’했던 20대 중반 공격수치곤 꽤 큰 액수다.
이 때문에 박주영에 관심을 보이던 스페인 셀타 비고는 재정적 한계에 부딪혀 영입을 포기한 눈치다. UAE 알 아인 등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 클럽은 이적료나 연봉 등을 충족시키지만, 박주영 본인이 유럽에 남기를 원하고 있어 논외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대안은 EPL 풀럼이다. 최근 에이스 클린트 뎀프시가 리버풀 이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그의 대체자가 필요하다. 과거 설기현(인천) 영입과 함께 한국 기업 스폰서까지 유치한 바 있어 박주영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이적료는 350만 파운드(약 63억 원)를 준비해 아스널 측과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 박주영으로서도 어렵사리 입성한 EPL 무대에 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난감한 쪽은 이청용(볼턴)이다. 작년 7월 부상을 입은 뒤 재활로만 한 시즌을 거의 다 보냈다. 에이스를 잃은 볼턴은 추락을 거듭했고 결국 챔피언십(2부)리그로 강등됐다. 당초 이청용의 이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일단 볼턴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다. 2015년 여름까지 볼턴과 계약을 맺은 터인데다, 자신을 기다려준 팀에 대한 의리를 지킨 셈이었다. 오언 코일 볼턴 감독도 1부 재승격을 위해 이청용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상황이 급변한 계기는 최근 EPL 위건 애슬레틱에서 보내온 구애다. 위건은 최근 첼시로 이적한 공격수 빅터 모세스의 대체자 확보에 골몰 중이다. 이청용은 그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다. 개막 후 치른 세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해 예전 기량을 되찾은 모습이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위건 감독은 케빈 리브스 수석 스카우트까지 파견해 이청용을 지켜보게 했다. 현지 언론도 위건이 700만~1000만 파운드(126억~180억 원)의 이적료를 준비 중이라 보도했다.
이적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코일 감독이 여전히 이청용의 이적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위건이 실제 그만한 이적료를 충당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 하지만 공식 제안이 오가고, 코일 감독 역시 팀 재건을 위한 자금 확보에 동의한다면 극적 성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선수 본인으로서도 1부 리그에서 뛰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다. ‘양박-쌍용’의 EPL 재결집이 정해질 이적 마감 시한은 9월 1일 새벽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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