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명목 30억원 오가며 “야권 실세 거론하며 공천약속”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와 양 전 대표에게 금품을 건넨 3명을 모두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천을 빌미로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범죄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들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양 전 대표와 양 전 대표에게 금품을 건넨 서울시내 구청 산하단체장 이모씨, 부산지역 건설사 대표 정모씨, 세무법인 대표 또 다른 이모씨 등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이들 4명을 체포하고,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양 전 대표가 4·11총선을 앞두고 이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모두 30억원 안팎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금품 수수 규모와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양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이들과 작성한 투자계약서를 근거로 자신이 운영하는 홍보대행업체 및 라디오21에 투자를 유치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금품을 제공한 이씨 등 3명이 모두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공천 신청 후 탈락한 점에 주목하고 투자계약서의 실질을 공천헌금 의혹을 덮으려는 이면계약서로 보고 있다. 돈이 오간 시기와 규모를 감안할 때 공천헌금 의혹이 짙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양 전 대표가 금품을 제공받는 과정에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거론하며 공천 약속이 오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 측은 양 전 대표의 주선으로 이씨와 정씨 등을 만나 각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속한 4명을 상대로 투자금의 성격과 사용처 등을 계속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금품 전달 시기가 당 대표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와 맞물리며 사용처 추적 결과에 따라 경선자금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조사 과정에서 공천과 연루된 인물이 포착되면 해당 관계자도 직접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양 전 대표는 방송사 성우·PD출신으로 2001년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친노성향 정치홍보 전문가로 알려졌다. 양씨가 대표를 지낸 ‘라디오21’은 16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라디오’로 개국한 뒤 상업방송으로 전환한 2003년 2월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양 전 대표가 야권단일정당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명령’ 집행위원을 역임하는 등 폭넓은 행보를 펼쳐온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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