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독일과 프랑스를 잇따라 방문한 안도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재정긴축 목표 시한 연장 등 소기의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빈 손'으로 돌아갔다.
사마라스 총리는 24~2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양국 정상으로부터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남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들었다.
사마라스 총리는 당초 유럽정상회담을 통해 긴축정책 목표달성 시점을 2016년까지 2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양국 정상은 사마라스 총리에게 “그리스가 (긴축재정 등) 약속을 지킨다면 유로존의 잔류를 지지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이는 그리스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역시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25일 올랑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사마라스 총리는 “그리스에게 숨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기도 했다.
그리스가 처해있는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단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마라스 총리는 연정을 이룬 정당들과 2013~4년에 이행해야 할 115억유로(약 16조3270억원)에 상당하는 긴축안을 확정해야 한다. 이달 초 그리스 연정은 긴축안에 합의했지만, 세부 항목을 완성해야한다. 긴축안에는 공공부분 임금 삭감 및 인력감축, 연금 축소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연정 내부에서는 총론적으로는 동의했다고 하지만 세부안 마련을 두고서 치열한 격론이 예상된다.
더욱이 독일 정부 관리들은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비공개 조직을 만들어 ‘그렉시트’ 상황시 발생할 비용 및 파장 축소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고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며, 필립 뢰슬로 독일 경제장관은 26일(현지시간) 독일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재정긴축 목표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에 대해 “시간은 돈”이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독일 집권여당을 이루고 있는 알렉산더 도브린트 기독교사회당(CSU) 의원은 “그리스가 내년에 유로존을 떠날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그렉시트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같은 기류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자국 인사들의 발언 단속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대 방송국인 ARD와 26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하면서 정부 고위 관리 및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해 그리스와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해 비난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부채위기 해결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발언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메르켈이 연정 및 정부 관료들에 대해 입단속에 나서야 하는 것은 독일이 추가로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경우 집권여당인 기독교민주당(CDU)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CSU와 자유민주당 사이에 분란이 초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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