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정부가 국민보도연맹 학살 피해자 유가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국민보도연맹은 지난 1949년에 이승만 정부가 좌익운동을 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보도연맹원들이 반정부 활동을 벌일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조직적으로 학살됐다.
대법원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민모씨 등 보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된 유가족 492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지난 1950년 6월30일부터 7월8일 사이에 충북 청원군 오창면, 진천군 진천면에서는 헌병대, 군인, 경찰 등이 보도연맹원들의 자택을 방문해 직접 연행하거나 소집시키는 식으로 양곡창고(오창차고)에 400여명을 구금했다. 같은 해 7월10일에는 헌병대와 군인이 창고에 구금된 사람들 대부분을 총격으로 살해했다.
이 '오창창고 사건'의 유가족들은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 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2007년 11월13일 이 사건 희생자 315명을 확정했다.
1심에서는 "피고가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해 시효 이익을 포기했거나 시효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등을 종합해 볼 때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오창창고 사건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있었던 2007년 11월까지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며 피고의 소멸시효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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