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삼성전자가 미국 법원 배심원단 판결에서 애플에 예상외 참패를 당했다. 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5일(한국시간) 삼성전자에 애플에 거액(약 1조2000억원)을 배상하라고 했지만, 애플엔 삼성전자에 배상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고 평결했다.
미국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앞다퉈 매수하던 외국인들과 기관이 지난 17일부터 매도세로 돌아선 것도 이같은 우려에서다.
외국인은 17일부터 24일까지 6거래일간 21만주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한 날은 2거래일에 불과했고, 순매수 량도 각각 1만주, 2만주씩에 머물렀다. 특히 미국 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24일에는 6만1000주 이상을 순매도, 삼성전자 주가를 127만5000원으로 끌어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하기 직전인 16일 주가는 134만5000원이었다.
애플 소송에 대한 우려는 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기관은 17일부터 23일까지 5거래일 중 4거래일을 순매도했다. 다만 순매도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난 24일에는 대규모 순매수로 전환했다. 24일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을 6만3000주 이상 순매수했다.
그간 하락으로 애플 소송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는 미국 배심원단의 손해배상액 판결 규모가 5000억~6000억원 수준일 것이라는 당초 국내 증권가의 예상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24일 장중 국내법원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을 했다. 법원은 양측의 일부 특허침해사실을 인정했지만 애플이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 삼성전자의 특허는 데이터 전송에 관한 것임에 반해 삼성전자가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 인터페이스 특허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다. 결국 현재 삼성전자가 출시하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 제품들에 대한 특허침해 사실은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당초 국내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규모 이상의 배상금 등 미국법원이 삼성전자에 불리한 판결한 만큼 일단 24일 벌어졌던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공방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악재가 선반영됐다지만 악재의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은만큼 심리적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27일부터 주가가 눈에 띄게 내려갈 것"이라며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5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은 심리적 타격 이상의 문제는 아니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배심원단의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고, 재판이 지속되면서 삼성과 애플이 적정선에서 합의를 볼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몇년이 걸리는 이 소송의 최종 판결 직전에 삼성과 애플이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며 "두 회사 중 한쪽이 치명적 타격을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배심원단이 예상보다 배 이상 손해배상액을 책정했지만 이것이 그대로 확정되지는 않을 것이고, 미국측에선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데다 주가에도 선반영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반기에는 특허소송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신제품 출시 등이 예정돼 있는 등 실적기대감도 여전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아프긴 해도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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