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특허소송..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치열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홈그라운드인 한국과 미국에서 상대방에게 일격을 가했지만 이대로 승패의 향방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오는 31일 중간 판결이 나오는 일본을 비롯해 세계 10여개 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원 배심원들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이후 진행되는 다른 나라에서의 소송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과 한국 외에도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가장 먼저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곳은 일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31일 애플이 삼성전자 일본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중간 판결을 할 예정이다. 애플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S, 갤럭시S2, 갤럭시탭 7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한 바 있다.
중간 판결은 최종 판결을 하기 전에 지금까지 제기된 주요 쟁점에 대해 재판부의 견해를 미리 보여주는 절차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31일 특허침해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고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등은 최종 판결로 미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1일이면 삼성과 애플 중 어떤 회사가 일본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는지 윤곽이 드러나는 셈이다.
일본에서의 소송 결과가 중요한 것은 이 결과를 토대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의 흐름을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고 한국서도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일본, 호주 등에서 앞으로 나올 판결이 미국과 같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다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소송은 나라별로 입장이 다른 혼전 양상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후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승소한다면 미국에서의 판결은 자국 기업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 법원의 배심원들은 애플은 삼성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반면 삼성은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특허 등을 상당수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한국 등에서 나온 판결 결과와는 상반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 삼성이 승소하는 사례가 더해지면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제출한 결정적인 증거가 기각되는 등 자국 기업인 애플에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 미국과 애플은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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