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 블로그]불만 쌓이는 세무 서비스

시계아이콘01분 28초 소요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제정 러시아 절대군주인 표트르 대제는 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겼다. 천도 후 표트르 대제는 귀족들에게 긴 옷소매와 수염을 자르도록 했다. 유럽 문물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근대화에 대한 의지였던 셈이다.


귀족들은 수염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일제시대 단발령에 대해 유학자들이 “목은 잘라도 머리는 못자른다”며 목숨을 걸고 저항한 것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표트르 대제는 목숨을 건 귀족들의 저항을 간단히 해결했다. 그의 묘수는 다름 아닌 세금이었다. 수염을 기를 수 있도록 하되 수염세를 부과한 것이다. 귀족들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다던 하느님의 선물을 세금 앞에서 단칼에 잘라 버렸다.


조세에 대한 거부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서울 강남구의 첫 아파트 리모델링 사례인 쌍용예가(옛 동신아파트) 384가구에 대해 강남구가 3억여원의 취득세를 실수로 과다하게 부과했다. 2010년 말 취득세와 등록세가 취득세 단일세목으로 통합되면서 세율 적용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 7월27일 본보가 이 사실을 처음 보도했고 이어 몇 건의 후속기사를 내보냈다.


두 번째 기사가 나간 뒤 서울시 담당 과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간단히 인사말을 주고 받은 후 다짜고짜 “그 문제 아직도 해결이 안된겁니까? 기사가 또 나왔네요”라고 물었다.


해결을 해야할 담당 공무원이 오히려 기자에게 수습 여부를 묻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 “담당자 아니십니까? 저에게 물으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 그거요. 절차 밟아 환급하면 되는 겁니다. 간단한 문제인데 자꾸 기사가 나와서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일은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행정상의 오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환급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을 대하는 담당 공무원의 태도는 간단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은 국가의 공적 서비스에 지불되는 가격이다. 다른 사적 서비스가 이용자의 만족도(효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반면 세금은 만족 여부와 상관없이 강제로 내야한다는 점이 다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부는 공적서비스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행정 공무원의 서비스가 민간의 그것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은 일종의 독점적 횡포다.


서울시 공무원이 기자에게 무심코 던진 “간단한 문제”라는 한마디는 어쩌면 이같은 독점적 횡포를 투영한 대표적인 사례다. 내는 쪽 입장에서보면 가구당 100만원 가까운 재산권이 걸린 문제인데 받는 쪽은 그 재산권을 한없이 가볍게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사를 보면 세금을 간단한 문제로 치부했던 정부는 거의 예외 없이 혁명에 직면해야 했다. 1775년 미국의 독립혁명이 그랬고, 1789년 프랑스혁명, 1894년 동학혁명도 본질적으로는 과다한 세금에 대한 저항이었다. 오죽하면 죽음과 세금의 공통점이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란 말이 나왔을까.


우리나라 정부는 1년에 325조원 정도의 돈을 쓰고 이는 대부분 세금으로 충당된다. 세무 서비스에 대한 작은 불만이 325조원 규모의 살림을 휘청이게 하는 혁명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김창익 기자 windo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