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로 떨어지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우연히 동굴을 발견한다. 그 동굴은 강호를 주름잡던 전대 고수의 무덤. 동굴 속에는 고수의 일신의 무공이 수록된 비급이 있다. 주인공은 그 비급을 연마해 절대고수로 거듭나고, 원수를 갚고 강호를 평정한다. 학창시절 심취했던 무협지의 흔한 스토리다.
무협지의 고전 '영웅문'에 나오는 '구음진경'과 같은 비급을 익히면 정말 절대고수가 될 수 있을까. 요즘 유행하는 종합격투기 대회를 봐서 알겠지만 일거에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신공 같은 것은 없다. 반복되는 강한 훈련이 강자를 만드는 것이지 특별한 기술 하나가 챔피언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증시에서도 간혹 무협지 같은 스토리를 듣게 된다. 주식에 미쳐 전재산을 탕진한 후 산 속 절에 들어가 몇년간 주식공부하고 돌아와 고수로 거듭났다는 류의 얘기들이다. 실제 그렇게 해서 돈을 번 사람도 있다. 딸 아이의 돌반지까지 팔 정도로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재기해 고급 외제승용차의 주인이 된 이도 있다.
지난달 말 1700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불과 2주일여만에 급반등, 1940대로 올라섰다. 단숨에 10% 이상 시장이 올랐지만 증시에서 환호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탄식 소리만 더 커졌다. 시장은 올랐는데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이후 상승장에서 개인은 6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지수가 오르면서 보유하고 있던 종목을 대거 처분했는데 공교롭게도 개인들이 많이 판 종목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개인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전기전자(IT)업종은 지난달 27일 이후 13.88%나 오르면서 업종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개인의 비중이 90% 내외인 코스닥 시장은 이 기간 10포인트 상승에 불과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개인들은 이번 반등장에서도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요즘 개인투자자들은 과거와 달리 '묻지마' 투자를 하는 비중은 줄었다. 각종 주식관련 서적을 섭렵해 이론적으로는 전문가 못지 않은 '스마트 개미'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투자성적을 놓고 보면 외국인, 기관, 개인의 성적 순은 거의 변동이 없다.
위험과 수익은 정비례한다.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면 이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 투자비법이란건 결국 어떻게 위험(risk)을 관리하면서 수익(return)을 극대화하느냐다. 앞서 소개한 개인고수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외국인들도 모든 투자에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10년간 장기 투자한 곳에서 눈물을 머금고 손실을 보고 탈출을 하기도 한다. 워런 버핏이 개인적으로 산다는 포스코도 버핏의 매수 이후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누구나 벌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지만 누구나 잃을 수 있는 곳도 주식시장이다. 다만 비법을 찾기에 앞서 10배 수익을 바라는 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1/10토막 날 확률을 안아야 하는 정도는 알아야 한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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