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기업 공시를 관리ㆍ감시해야 할 한국거래소 직원이 공시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숨진 직원은 코스닥시장본부 소속으로 종목별 이상 유무를 점검해 거래정지 등 시장조치를 취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는 기업이 보낸 공시정보가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되기 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악용해 아는 사람에게 전달,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시세차익을 거뒀다. 공시규정 위반과 광고 목적 여부 등을 걸러내라는 10분여 시간을 이용, 외부로 빼돌린 것이다.
거래소는 단독 범행에 시세차익도 1억원으로 크지 않다지만, 유사범죄와 그에 따른 시세차익도 막대하리란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거래소 공시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공시정보를 사전 열람하기 위한 로그인 기록이나 공시 종목의 대량매매에 대한 상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거래소의 사후대책은 더 한심하다. 증자나 대주주 지분변경 등 시장조치가 필요한 경우(전체 공시의 15%)를 제외한 나머지를 기업이 바로 공시시스템에 올리도록 하는 방안(즉각공시)을 검토 중이다. 판매공급 계약이나 타법인 출자를 포함한 85%의 공시를 기업들이 알아서 투자자에게 알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골치 아프니 손을 떼겠다는 것으로 이런 식이라면 거래소가 존재해야 할 의미가 없다.
말이 좋아 자율이지 기업이 직접 공시내용을 입력ㆍ노출토록 하면 호재는 부풀리고 악재는 숨기는 등 부작용이 되레 많아질 수 있다. 시장 기반이 취약한 코스닥 종목일수록 주가조작ㆍ허위공시 등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공시정보의 사전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정보에 대한 사전 열람이 가능한 직원 수를 제한하고 교육도 철저히 해야 한다.
거래소는 이번 사건을 부도덕한 직원의 한낱 그릇된 행동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감독당국이 나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전 공시정보 유출이 이번 한 건뿐인지에 대한 검찰수사도 필요하다. 다각적인 조치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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