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단장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군골프장에서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미국 예비역 대령인 친구의 안내로 라운드 기회를 얻었다. 태평양의 상큼한 바닷바람에 흐드러지게 핀 이름 모를 들풀들의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캘리포니아 오크트리와 팜트리, 소나무, 백일홍 등 잘 자란 나무 숲 사이에 꽃과 녹색 잔디가 잘 어우러져 플레이어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광활한 부지 위에 해군과 관련한 테마를 코스 곳곳에 심어놓은 혜안이 그린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땅 위에는 살아 숨 쉬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땅 아래는 나라를 위해 값진 피를 흘린 이들(아마도 골프마니아였으리라)이 누워서 안식을 취하고 있는 곳이다. 생전 사용했던 전투기와 전투함, 어뢰 등을 코스 내 연못과 지상에 전시했다. 바로 옆 비행장에는 해군 군용기가 비상 대기 중이다. 그야말로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미국의 군부대 코스들은 대부분 군인이나 군속의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평탄하면서도 쉬운 편이다. 지루함을 없애고 긴장감을 주기 위해 대형 연못이나 벙커를 군데군데 배치한 게 전부다. 페어웨이 좌우에는 물론 질긴 러프가 도사리고 있어 티 샷의 정확도에 따라 차별적인 보상을 해준다. 프로 선수들조차도 티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온 그린' 확률이 뚝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러프다.
아웃오브바운즈(OB) 말뚝을 볼 수가 없다는 점이 독특하다. 국내 골프장은 하얀색 OB말뚝을 수두룩하게 꽂아 특설 티(OB티)로 유도한다. 빠른 진행이 목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고 만회할 기회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초반 3개 홀은 어렵다. 전장도 길고 벙커와 나무가 페어웨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정확도가 생명이다.
6802야드에 코스난이도는 72.8, 슬로프 129다. 아마추어골퍼에게는 아주 적합하다. 하지만 느슨한 마음으로 임했다가는 초반 대량 실점으로 연결된다. 남은 홀이 괴로운 라운드가 될 수 있으니 출발부터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아름다움에 취해 클럽을 휘두르기가 망설여질 정도다. 홀과 홀 사이의 이동거리가 짧아 수동카트를 끌고 걸어도 플레이하기가 좋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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