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마녹골프장은 아일랜드오픈을 13차례나 개최한 명문이다.
1894년에 창립돼 무려 118년의 유구한 역사부터 남다르다. 전통을 자랑하는 프라이비트 코스다. 세계 100대 코스에도 들어간다. 미국의 오거스타내셔널처럼 여성회원의 입회를 철저하게 금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일랜드 지방법원이 2004년 '골프는 남녀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라며 여성 차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자 즉각 대법원에 항소해 결국 '특별 성만을 가진 자들이 문화를 즐기는 곳'이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혁신연합회들은 물론 "골프장은 이제 사교와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하는 곳으로 변했으므로 남성만의 고유한 영역이 될 수 없다"며 일제히 반발했지만 여전히 대법원의 판결을 고집하고 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북쪽 포트마녹지역에 27홀로 조성됐다. 윌리엄 피크만이 챔피언코스인 18홀(파72ㆍ7363야드)을 설계했고, 1991년 워커컵대회가 열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아일랜드의 포트마녹과 스코틀랜드의 로열도너그에서 플레이를 해보지 않고는 골프를 논하지말라"는 영국의 유명한 골프명언이 있을 정도다. 평탄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야생잡초 들판에 페어웨이를 가르마 길처럼 닦아 놓은 코스라고 보면 된다. 일단 러프인 관목이나 질긴 야생갈대 숲에 들어가면 공을 찾을 수가 없다. 정확하게 페어웨이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페어웨이벙커는 군대의 참호처럼 파져 있다. 티잉그라운드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페어웨이에 나가야 벙커가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설계자가 골프의 습성을 어쩌면 그렇게 잘 아는지 대부분의 공은 굴러서 반드시 벙커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딱딱해서 잘 구르기도 한다.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도 나중에 러프에 가 있는 경우가 허다한 까닭이다.
직접 그린에 온을 시키면 공은 뒤나 옆으로 마냥 굴러간다. 아일랜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가세한다. 높은 탄도로 스핀을 걸어야 승산이 있다. 잘 구르는 잔디결과 안 구르는 잔디결의 차가 커서 때에 따라 강약을 잘 조절해야 홀 근처에 공을 붙일 수 있다. 깊은 항아리벙커와 사각형벙커, 절벽벙커 등 다양한 벙커가 골퍼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18홀을 마치고 나서야 이 골프장을 치켜 세운 명언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스코어를 아무리 유리하게 카운트해 봐도 100타를 훌쩍 넘은 거 같아 한국의 '싱글핸디캐퍼' 수준이 짐작이 갔다.
10번 이상 라운드를 해서 요령을 터득해도 과연 85타를 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 골프장에서 구입한 모자 중앙에 여성을 상징하는 심볼이 들어 있다.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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