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전면적 구제금융 신청에 직면한 스페인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추가 구제금융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스페인 국채는 강세를 이어갔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ECB가 상당한 규모의 무제한 국채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긴도스 장관은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매입 규모를 한정짓거나 매입 방법, 기간을 특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4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 정부의 입장을 밝히기 전에 ECB가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추가 구제금융 지원 요청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주요 외신은 긴도스 장관의 이번 발언이 ECB의 지원을 바라는 스페인 정부의 속내를 가장 명확히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9월6일 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통큰’ 지원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가 추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ECB가 무제한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으면서 지난달 7.6%까지 치솟았던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주 17일 6.44%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5일 이후 6주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ECB의 정책결정을 지지하겠다고 발언한 것 역시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독일 슈피겔은 19일(현지시간) ECB가 유로존 각국 국채수익률의 상한선을 설정해 사실상 무제한 국채매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켄 와트렛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 국채시장에 대한 ECB의 대규모 개입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투자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긴도스 재무장관은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자금 사용방안에 대해 “스페인이 자체 마련한 은행구조조정기금(FROB)을 투입해 금융권 부실자산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금융권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FROB를 ‘배드뱅크’로 삼아 은행권 구조조정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긴도스 장관은 이같은 방안이 오는 24일 의회에서 승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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