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유니버스(Digital Universe)'라는 말은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뜻하는 것으로, 2009년에 추정된 전세계 모든 데이터의 용량은 약 880EB(엑사바이트ㆍ1EB는 10억GB)였다. 이를 DVD 디스크에 저장한다면 지구에서 달까지 디스크를 두 줄로 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이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지구상에 축적돼 있을 것이다.
올 들어 빅데이터란 말이 IT 분야 이슈로 급부상했다. 흔히 빅데이터로 지칭되는 데이터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속에서 어떤 의미를 뽑아내느냐는 점이다. 그런 데이터들 속에 묻혀있는 '의미있는' 결과들은 아직 채굴되지 않은 금에 비유할 수 있다. 기업에서 아주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이를 추출하고 가공해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새로운 사업전략을 구상하는데 한 수 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데이터 시각화와 인포그래픽이다. 데이터를 탐색하거나 이해할때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각화이기 때문이다. 시각화는 데이터를 시간과 공간에 배치해 직관적으로 패턴을 인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데이터를 시각화하면 단순한 통계 분석만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의 능력까지 담을 수 있다. 최근들어 많은 미디어들이 인포그래픽이나 각종 그래픽 정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시대적 움직임을 반영한 결과다.
1854년 여름 영국 런던에서 창궐한 전염병 때문에 500명이상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을 조사하던 연구원이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을 런던 지도에 표시해 보았더니 식수 펌프 주변과 대략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로써 식수 펌프가 전염병의 원인임을 찾아냈고, 문제가 된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전염병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데이터를 가공하고 시각화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 보면 단순한 숫자에 불과한 데이터들을 눈에 보이도록 시각화하면 새로운 통찰력이 생기고 다양한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일상이 되면서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정보전달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이슈 확산의 매개로 데이터를 시각화한 인포그래픽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하고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데이터 시각화를 통한 인사이트 발견으로 혁신을 이루거나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 있게 고민할 때다.
얼마전 야후!는 7억 200만명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 속의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데이터 시각화 웹사이트를 오픈했다. 이를 활용하면 전세계 야후! 메일에서 걸러내지는 스팸들을 지역별로 살펴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어떤 기사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성별, 연령대, 지역, 시간대별로 시각화해 찾아볼 수도 있다. 야후!의 분석 기술이 총 망라된 '게놈'이라는 빅데이터를 활용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도 있다. 게놈은 기업들을 위해 맞춤화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데이터확산, 기술분화, 시대에 뒤떨어진 계획 및 구매기술 등과 같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디지털 유니버스 시대는 곧 정보전쟁의 시대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쌓여만 있는 정보를 의미있는 정보로 변환하는 일이다. 보고 듣고 알아야 활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전략 수립과 시장개척을 위해 접근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먼저 데이터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는 시각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새로운 혁신의 첫발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이경한 야후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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