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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빈섬의 '통발을 던지다'

시계아이콘00분 29초 소요

안개로 기울어지는 뱃머리,/이마 들이민 벼랑/낚시꾼 불빛이 깜박인다/예순 줄을 잡은 삶은 팽팽하다/너는 조금 더 자라서/오너라, 어린 고기를 놓아주며/하느님처럼 그녀는 말했다/힘껏 몸부림치기는 하나/살오른 젊은 장어도, 혹은 늙은 놀래미도/후회하지는 않는다 도마 위에 놓인 삶이란/영원을 향한 품평(品評)이다/빛나는 비늘 위에 번들거리는 한 철 바다/빛난다 쉰 개의 통발을 던지는 일//사내의 카우보이 모자 아래/다비드 뺨을 흘깃 보며/빛을 나꿔채는 그녀의 삶 절반은/출렁이는 한 나절이었다/물밑에 잠긴 시간을/건진다는 것 감히 알지도 못하는/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날좋은 칼로 발라낸 힘좋은 시절을/초장도 없이 삼키는 푸른 바다의/새벽 식욕


■ 소안도 사내 고씨는 열일곱에 대처에 나가 서울 동대문에서 삼십년 가방공장을 했다. IMF때 수초 떼처럼 쌓인 가방을 어찌하지 못해 숨어 내려왔다. 알던 얼굴들은 많이 사라지고 자신을 돈없이 내려온 자라고 경계하는 이웃들 사이에서, 뿌리를 벋었다. 소안도 섬은 두 개의 알이 모래띠로 서로 붙은 곳이다. 둘이 붙었기에 없는 부부도 오뚝이처럼 구를 수 있는 곳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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