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중대형 평형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과거엔 소형이 천대를 받고 중대형 평형이 인기였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중대형이 집값이 오를 때 큰 폭으로 올라 재미를 보았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중소형에 비해 원가는 적게 들고 분양이 수월했다.
그런데 요즘은 침체기에 빠진 수도권뿐만 아니라 일부 분양에 호조를 보이고 있는 지방까지 중대형이 외면받고 있다. 중소형의 평당 분양가격이 중대형보다 더 큰 경우도 있다.
전국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를 보면 20평형대의 경우 2008년에는 916만원이었으나 2011년에는 1017만원으로 약 11% 증가했다.
반면 50평형대의 경우에는 2008년에 1315만원이던 것이 2011년에는 1137만원으로 약 14%가 떨어졌다.
매매가 또한 마찬가지다. 서울의 경우 작년 말 25개 구 중 절반 가까운 12개 구에서 3.3㎡당 가격이 20평형대가 50평형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를 하고 있는 사회적 소산이다. 은퇴 후에 자녀들은 대체로 분가해 사는데 부부만 불필요하게 큰 아파트에 살면서 관리비를 많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중대형 평형은 한물(?) 갔으니까 빨리 처분하는 게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규모가 적정할까. 참고로 소형ㆍ중형ㆍ대형의 구분기준을 살펴보자.
구분에 대한 법률상 규정은 없지만 보통 전용면적 85㎡(계약면적 약 32평)를 중형으로 기준해 그 이하를 중소형이라 부르고 그 이상인 40평형대는 중대형, 50평형이 넘으면 대형이라고 한다.
전용면적 85㎡의 기준은 1972년 '국민주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5인 가족의 적정면적을 1인당 5평으로 보고 25평(85㎡)으로 산정한 것에 기인한다.
현재 우리나라 1인당 주거면적은 28.5㎡다. 미국은 74.3㎡로 매우 크다. 인구밀도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일반적으로 작은 집에 산다고 알려진 일본의 경우도 38㎡다. 독일이나 영국도 40㎡가 넘는다. 이것은 앞으로 더 큰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을 시사한다.
1인당 주거면적은 1990년에는 13.8㎡였으나, 2000년에는 25㎡로 커졌고 현재에도 계속 증가세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중형차 수요가 늘어나듯 1인당 주거면적도 넓어진다며 정부도 2020년까지 1인당 주거면적을 35㎡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규모 가정도 최소한 60~80㎡ 이상이 돼야 한다.
주택 구입에는 '여과 효과'라는 것이 있다. 소득수준이 낮을 때는 저급의 주택에 살다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점차 고급 주택으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향후에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 점차 좋은 주택, 평형대가 큰 주택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누가 비좁은 주택을 선호하겠는가.
최근에는 경제적 이유나 육아 등의 문제로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늘면서 중대형 아파트 수요도 늘고 있다. 부모와 동거하는 서울시의 35~44세 가구는 10년간(2000~2010년) 23만명 이상 증가했다. 요즘은 세대구분형 '멀티홈'까지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근래에는 1ㆍ2인 가구 증가로 소형 주택의 인기가 증가함에 따라 건설사의 주택공급 역시 중소형에 집중되고 아예 중대형은 공급이 끊겼다.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커져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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