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외국인의 매수세가 폭발하며 코스피가 단숨에 1940선 위로 올라섰다. 외국인은 프로그램을 통한 매수에 집중하면서 프로그램으로 1조7861억원 매수 물량이 몰렸다. 지난해 12월1일(1조3207억원) 기록을 깨는 사상 최대 순매수다. 모처럼 거래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최근 3~4조원 선을 오가며 지지부진했던 거래대금은 지난 5월2일 이후 처음으로 6조원 선을 넘어섰다.
외국인의 차익거래 순매수는 직전 이틀간 1조4000억원 수준으로 폭발했다. 이들이 변심하게 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10일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분간은 외국인이 이끄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익매수 청산은 현·선물간 가격차인 베이시스 조건에 따라 진행하게 되는데 현재 '사자'에 우호적인 베이시스가 급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외국인의 추가 차익거래 매수 여력은 1조원 내외로 추정됐다. 간밤 뉴욕증시는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혼조 마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강화되면서 전일 국내 증시는 경기선인 120일선 돌파와 함께 1940선을 회복하며 마감했다. 이번주 옵션만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최근 2거래일 비차익거래로 약 8000억원 이상의 순매수가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측면에서 외국인 매수의 컴백은 지난달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의 강화 원인은 미국 고용호조에 따른 경기우려 완화와 3차 양적완화(QE3)기대를 동시에 열려 있다는 점, 유럽의 재정위기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증가했다는 점, 국내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고 있다는 점 등이다. 당분간 외국인 매수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외국인 매수가 투자심리 개선을, 심리 개선이 지수 조정시 대기매수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이번 상승의 단기 목표치는 1980 부근이 될 전망이다. 시장이 경기선인 120일선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섹터·종목별 추가 상승 여력은 아직도 120일선과의 이격도가 큰 낙폭 과대주가 가장 유망할 것으로 본다. 다만 낙폭 과대주의 경우 중국 경기와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날 예정된 수출입 동향과 무역수지에서 중국 모멘텀에 대한 재확인이 필요할 전망이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8월 옵션 만기일 프로그램 매매는 1조7800억원의 대규모 매수 우위로 마감했다. 차익거래가 1조3700억원, 비차익거래가 4100억원 각각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차익거래에서 1조12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비차익거래에서도 5500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10일 연속 순매수를 보였다.
단기적으로 외국인 차익거래의 매도 전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일 평균 베이시스는 1.5포인트를 넘어섰는데 외국인의 매수잔고 청산을 위해서는 0포인트 수준의 베이시스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9월 만기일까지는 긍정적인 외국인 프로그램 수급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9월 만기가 다가오면 베이시스는 0포인트로 수렴하게 되는데 9-12월물 스프레드 가격에 따라 매수잔고의 청산 또는 롤오버(이월)가 결정된다.
최근의 베이시스 레벨업은 올해 1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의 강세 시장에서 확인된다. 이 기간 외국인의 매수잔고는 2조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외국인의 차익거래 순매수는 8일과 9일을 합해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의 매수잔고 증가와 비교할 때 추가적인 외국인 차익거래 매수 여력을 1조1000억원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평균 베이시스와 이론 베이시스 간의 갭은 1포인트를 넘어서는 경우가 드물다. 이에 따라 이론 베이시스가 0.5포인트 이하로 하락하게 되면 외국인 차익거래 매수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세를 감안할 때 외국인 매수잔고 설정에는 최소 1.5포인트 수준의 베이시스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베이시스 레벨업 이후 외국인의 차익거래 스탠스는 긍정적이다. 따라서 외국인 차익거래 매수 여력 소진 이전까지는 프로그램 수급이 지수 방향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호상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외국인이 하루 만에 1조1248억원 매수하며 사상최대 규모의 프로그램 차익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장 중 현물옵션 차익거래로 유입됐다가 마감 동시호가에 청산했던 국가·지자체 매도물량을 충분히 상쇄해 무난한 만기가 됐다.
해외에서 저금리로 조달해 환차익과 금리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캐리자금들이, 환율안정에다 베이시스가 이론의 2배 수준으로 고평가되자 단기 고금리를 노리고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 선물매도포지션 환매수와 대규모 프로그램 차익 비차익 순매수가 겹치면서 지수상승 작용을 한 것이다. 지난 1월20일과 유사한 상황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결국 외국인은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단 지난 5월 이탈했던 1조5000억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지난 이틀 동안 재유입된 것이어서 향후 차익거래조건을 지켜봐야겠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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