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8월 2주 예스24 종합 부문 추천도서 3
‘워킹푸어’라는 말이 있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도대체 생활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논리대로라면 열심히 일한 만큼 그 대가가 나에게 돌아와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상류층을 제외하고는 현재 우리사회는 겨우 얼마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아가면서 하루하루 걱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가는 상승하는데 임금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항상 사회적 양극화를 위한 대책마련을 한다고 입으로는 떠들어 대는데 상황은 전혀 나아지는 기색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사회현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세태를 비판하고, 우리사회 소외된 계층들의 입장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한 책 3권을 소개한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0년 6월 21일 창간한 이후 약 1년 반에 걸쳐 연재한 특집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을 묶은 것이다. 《단비뉴스》가 이 시리즈를 기획한 것은 소외계층의 고통과 절망이 한계 수위에 이르렀는데도 정치권과 언론이 ‘수박 겉핥기’만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단비뉴스》는 2008년 국내 최초의 실무교육 중심 언론대학원으로 문을 연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이 학생들을 훈련하고 대안언론의 역할도 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신문이다.
이 책에는 치열한 현장성, 빈곤층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직접 사람들과 부대끼며 만든 원고라서 감동적이기도 하다. 이런 르포 기사는 현장성은 뛰어나지만 대부분 대안 제시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는 대안 제시가 가득하다. 매 장마다 전문가 의견, 해외 사례 등을 풍부하게 밝혀놓아 많은 것을 성찰하게 해준다.
『긍정의 배신』의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로, 1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온몸을 던져 신자유주의 시대의 빈곤 문제를 다룬 '현대의 고전'이다. 저자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일하며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로 정말 살 수 있는지를 체험했다.
『노동의 배신』에는 그 같은 고군분투를 통해, 살아 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워킹 푸어의 총체적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직 과정에서부터 감정과 존엄성을 말살하는 노동 환경, 영양은커녕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조차 섭취하지 못하는 식생활, 부자들이 집값을 올려놓은 탓에 싸구려 모텔과 트레일러 주택을 전전하며 점점 더 외곽으로 쫓겨나는 주거 실태, 가난하기에 돈이 더 많이 들고 그래서 더 일해야 하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쳇바퀴까지, 저임금 노동자들을 옥죄는 생활의 굴레를 저자 특유의 위트와 날카로운 분석으로 파헤친다.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는 곳곳에서 균열과 누수가 일어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둘러보고, 그 해결책을 찾는 책이다.
「한겨레」의 이정국, 임지선, 이경미 기자는 이 책에서 ‘감정 노동, 정화 노동, 직장인 임산부 차별, 직장 왕따’ 등 노동 현장의 문제들은 물론 ‘자살, 언론 보도 피해, 노인 고독사’ 등의 사회 문제, ‘각방 부부, 아동 유기’ 등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심도 있게 취재하고 그 내용을 기사, 픽션, 편지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각 꼭지의 뒷부분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 생각하기」를 통해 현상의 진단을 넘어 그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시스템의 붕괴’와 ‘개인들의 소외’이다. 우리의 앞날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는 가슴 아픈 보고서이자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전슬기 기자 sg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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