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여야가 공론화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편성을 반대했다. 민주통합당에 이어 여당까지 추경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에서 경제총괄부처 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여야정(與野政) 추경 갈등이 본격화됐다.
박재완 장관은 이날 경기도 하남시의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100호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상황이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해당하느냐에 신중한 입장"이라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내비쳤다. 추경은 작년 말부터 민주당에서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정부와 여당에 추경을 거듭 요구해온 사안이다. 그때마다 정부와 여당은 추경을 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안 된다며 반대했었다.
국가재정법에서는 추경을 하려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전날 '하우스푸어' 등 서민경제가 어렵다며 추경을 정부에 요청한 것. 여야가 한목소리로 추경을 요구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하우스푸어, 워킹푸어는 개인차원의 불행뿐 아니라 국민경제의 장기침체가 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부동산시장의 정상화, 서민금융 구조를 재조정하고, 신용불량자의 예방과 적극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지출, 세제, 금융 규제 완화 등 총동원이 돼야 한다"며 "추경가능성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정부에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의 추경이 만시지탄"이라면서도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민주당이 주장했던 것처럼 상반기에 추경을 편성했다면 하반기 우리경제가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면서 "8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논의하고 심의해서 확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특히 "추경은 시기 못지않게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여당이 무식해서 선심용 선거용 추경을 편성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 하우스 푸어들의 생계지원 대책, 지자체 0~2세아 무상복지 재원 지원, 법원에서 입법으로 판시한 국립대 기성회비 보전을 통한 대학등록금 인하 등 서민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장기 정책방향으로 부합하는 대책들을 조기에 시행하는데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완 장관의 상황판단은 다르다. 박 장관은 "2009년 추경을 짰을 때는 2008년 4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5.1%를 기록하는 등 상태가 심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2009년에는 일시적이지만 상당히 큰 충격이 있어 그에 대한 완충 역할과 경제 불씨 살리기 차원의 마중물로써 추경이 필요했다"며 "지금은 충격의 강도는 낮으면서 기간은 상당히 오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경을 해봐야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판단이다.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추경에 대한 대정부 공세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박 장관이 이를 계속 막아낼 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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