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는 가련하다./썩은 생선 대가리며 삶은 고양이, 녹슨 쇠사슬 … 무두질의 어둠이 어둑, 어둑, 더러운 거리를 절일 때 한 떨기!/자두 파는 어여쁜 소녀가 지나간다./향기가 "죽인다."/저 장미 백만 송이를 따 끓여낸 영롱한 눈물 한 방울의 고요,/이것이 향수다. 마지막으로 번지는 영혼의 반경이여
문인수의 '코' 중에서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에 꿰어져 나는 한동안 버둥거렸다. 인간은 화장실에서 5분만 있어도 지속되는 냄새에 대한 분별력이 없어지는, 둔한 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 소설 속의 남자는 광장에 뒤엉킨 인간과 사물의 냄새를 미분하고 적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냄새들을 분리하고 재구성하여 그 냄새를 만들어낸 행위와 장소와 상황까지 유추해낼 수 있는 기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 정액 냄새를 분석하여 성관계의 양상과 시간까지 알아낼 수 있다. 작가 김영하는 말했다. "'향수'는 구원이 아니라 냄새를 키워드로 다시 쓴 신약성서다." 그르누이에게서 풍겼던 성스러움과 악마성의 기묘한 결합은 바로 저 신약성서의 패러디에서 온 것이었다. '후각적 예수'. 그르누이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적실한 말은 없을 것 같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