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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일본 유도, 이대로 몰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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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일본 유도, 이대로 몰락하나 에비누마 마사시[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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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이 중반을 넘어섰다. 한국과 북한이 선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일본은 6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금메달 기준 종합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3개로 종합순위 15위다.

일본의 메달 전략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친 건 수영의 간판스타 기타지마 고스케였다. 평영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은커녕 노 메달에 그쳤다. 2004 아테네대회, 2008 베이징대회 2연속 2관왕을 차지했던 기타지마의 몰락은 일본에 큰 충격이었다. 두 번째 충격은 유도에서 벌어졌다. 4일 끝난 유도 종목에서 일본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로 4위에 머물렀다.


내용을 살펴보면 성적이 더욱 충격적이다. 남자가 ‘노 골드’에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2개에 그쳤다. 여자선수들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극우 인사이고 2020년 제32회 하계 올림픽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가 “한심한 처지”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일본 남자 유도는 올림픽 ‘노 골드’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90kg급 동메달리스트 니시야마 마사시는 “(일본 유도 실력이) 딱 이 정도인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거의 울다시피 말했다.

지난해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66kg급의 에비누마 마사시는 조준호와 벌인 8강전에서 판정 번복 끝에 준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그루지아의 라샤 샤부다투아시빌리에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조준호와 함께 동메달을 차지했다. 또 한 명의 금메달리스트인 73kg급의 나카야 리키는 결승에서 러시아의 만수르 이사예프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세계선수권자들이 이렇게 물러났으니 일본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었다.

일본은 24년 전인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노 골드’ 직전까지 갔었다. 그때도 이번 대회의 김재범(81kg급), 송대남(90kg급)처럼 한국이 두 명의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며 일본의 금메달 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대회에서 한국은 60kg급 김재엽과 65kg급 이경근이 초반 2체급에서 일찌감치 금메달을 가져갔다. 이어 71kg급과 78kg급에서는 프랑스의 마크 알렉산드르, 폴란드의 발데마르 레기엔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86kg급에서는 당시 이 체급 세계 최강자였던 오스트리아의 피터 자이젠하바허가 가볍게 금메달을 메쳤다. 95kg급 금메달의 주인은 브라질의 아우렐리오 미겔이었다. 유도 종목 마지막 날 95kg 이상급에 나선 사이토 히토시의 얼굴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어렵사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일본 유도, 이대로 몰락하나 니시야마 마사시(일본, 왼쪽)와 송대남[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19세기 후반 가노 지고로가 유술을 근대적 스포츠인 유도로 만들고, 1956년 도쿄 국기관에서 제1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를 개최했으며 1964년 도쿄 대회 때 유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밀어 넣은 일본은 유도 종주국으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유도에 힘입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곤 했다. 종합 순위 3위를 차지한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은 유도 4체급 가운데 3체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상징적인 체급인 무제한급에선 네덜란드의 안톤 헤싱크에게 금메달을 내줘 이후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엘리트 스포츠의 퇴조로 올림픽에서 이렇다 할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다 2004 아테네 대회에서 느닷없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32년 만에 종합 5위에 올랐다. 남녀 7체급씩 14개의 금메달이 걸린 유도에서 8개의 금메달을 휩쓴 결과였다. 그런데 그때도 남자 금메달은 3개였다.


물론 일본 유도가 이대로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2013년 리우데자네이루, 2014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올림픽 남자부 ‘노 골드’는 일본 유도사에 지워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게 됐다.


유도 유단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경기장을 직접 찾는 등 특별한 관심을 보인 가운데 러시아는 남자부에서만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일본에 결정타를 날렸다. 프랑스(금 2 동 5)와 한국(금 2 동1)도 함께 일본의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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