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상반기 전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거시경제 동향을 주로 보는 주요 대형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향후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투자시장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관론이 확산됐으며 조만간 경기의 ‘먹구름’이 걷힐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거시경제의 변동을 수익기회로 삼는 전략 구사하는 ‘매크로 헤지펀드’들의 비관론이 두드러지고 있다. 매크로펀드 매니저들 중 다수가 “막대한 부채에 눌린 선진국들의 경기침체가 더욱 장기화될 것이며 주요 중앙은행들의 정책효과도 점차 힘을 잃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3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는 예상을 크게 웃돌며 양호한 모습을 보여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다소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렁에 빠진 고용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낙관적인 분석은 찾을 수 없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카드에 대한 기대심리도 ‘약발’을 다한 모양새다. 가시적인 조치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고 나온다 한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론이 확산된 가운데 시장에는 하찮은 재료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커졌다.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국 증시 주가지수는 며칠만에 큰 폭으로 널뛰기를 거듭하는 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리서치업체 매크로리스크어드바이저스의 브라이언 비어 세일즈·트레이딩부문책임자는 “게임의 규칙이 너무도 빨리 바뀌는 시기라 전망에 대한 강한 확신을 주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특히 매크로 부문에서의 절망적인 분위기가 극도로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매크로 헤지펀드들에는 상당한 자금이 몰렸다. 변동성이 심한 주식시장의 노출도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에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시장조사업체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2008년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크로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은 4620억달러로 66%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유로존의 부채위기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는 거꾸로 매크로 헤지펀드들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매크로 펀드들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HFR 집계 결과 지난해 매크로 펀드들의 수익률은 -4.2%로 뉴욕증시 S&P500지수 수익률(배당포함) 2.1%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올해 성적표는 더욱 나빠 상반기 S&P500지수가 9.5% 상승할 동안 매크로 펀드는 -0.5%로 부진했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에 35억달러가 매크로 펀드에서 이탈했다.
지난해 매크로 펀드들은 유럽 부채위기에 따른 유로화 약세를 예상하고 베팅했지만 빗나갔다. 유로화는 위기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꿋꿋히 강세를 보였고, 상당수 펀드들이 손실을 입었다. 올해 들어서 유로화는 약세를 보이면서 예상에 맞아가는 듯 했지만 6월과 7월 다시 강세와 약세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로 자산운용규모 1250억달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주력 매크로펀드에서 지난해 36.3%의 수익률을 내며 선전했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고작 2%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간접펀드 큐브캐피털의 스콧 깁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지금으로서는 낙관적으로 전망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성장세는 지지부진하고 유럽은 여전히 수렁에 빠진 가운데 정책적 리스크도 극도로 커졌으며, 미국 경제 회복세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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