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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5.0 시대]40대 때 꺾인 꿈, 50대 때 난지도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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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공원 생태관리 활동가 강덕희씨 인생 2막
-소방관→벤처사업→일본유학 뒤 찾아온 사회공헌의 삶..올해는 라일락·황매화 등1만그루 심는게 목표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20년 전에는 여기가 쓰레기산이었지요"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만난 강덕희 씨(55)는 대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을공원은 난지도가 탈바꿈한 곳이다. 강씨는 햇빛에 검게 그을린 팔로 공원을 가리키며 "쓰레기들이 묻혀있는 이 곳이 바로 내가 일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강씨는 시민단체인 노을공원시민모임의 사무국장이다. 노을공원 시민모임은 순수한 시민단체다. 이 단체는 서울 서부의 최대 녹지인 노을공원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방향을 세우고 관리운영을 돕기 위해 지난해 8월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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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강씨의 삶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도전과 실패'의 반복이었다. 그는 사회의 첫 발을 소방 공무원으로 내디뎠다. 20년 넘게 경기도 소방서에서 근무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차곡차곡 월급을 모아 집도 장만했다.


소방관이 천직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중 그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소방서에서 알게 된 한 지인이 벤처회사를 설립한다며 함께 일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일생일대의 도전을 숙명처럼 받아들였고 2년간 대전 대덕단지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하지만 벤처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4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맛보는 좌절이었다. 처음엔 막막했다. 다른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실패를 받아들였다. 실패한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카이로프락터(척추지압사). 호주 멜버른대학의 도쿄분교인 RMIT대학에서 대체의학 전공과정의 입학 허가서를 어렵게 받을 수 있었다. 그때 나이가 40대 후반. 그는 "50세부터 70세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고 당시의 결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40대 후반의 나이에 이국땅에서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활비와 학비를 직접 벌며 공부하기에 버거웠다. 결국 4년 만에 공부를 접고 귀국했다.


그는 "인생의 후반기에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살고 싶었다"며 "의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사회적 기업이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살겠다는 막연한 계획만을 갖고 60곳의 사회적 기업에 지원서를 넣었다. 하지만 연락온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50대 초반의 나이가 핸디캡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 법.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10년 우연히 희망제작소에서 운영하는 퇴직자 대상 프로그램인 '행복설계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듣던 중 서울환경연합이란 곳을 알게됐다. 서울환경연합은 그의 독특한 경력에 주목했다. 강씨와도 잘 맞았다.


그가 소속돼 있는 노을공원시민모임은 노을공원 보호 단체다. 노을공원은 1993년까지 서울시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퍼블릭 골프장으로 개발됐다가 우여곡절끝에 다시 시민공원으로 조성돼 2009년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강씨의 정확한 직업은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노을공원 생태관리 활동가다. 올해는 공원 경사면에 돼지풀, 가시박, 환삼덩굴 등을 정리하고, 덜꿩나무, 낙상홍, 라일락, 황매화, 산수국, 적송 등 1만 그루를 심는 것이 목표다.


그는 "가족, 학교, 기업 등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며 "최근들어 자원봉사를 원하는 기업및 단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21에는 하나금융그룹 직원 60명이, 24일에는 웅진씽크빅과 YMCA등이 나무 심기, 환삼덩굴 정리하기 등의 작업에 참여했다. 일주일에 평균 4일은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쓰레기 더미 위에 만들어진 공원이다. 50cm 두께로 흙을 덮고, 차수막이라는 플라스틱 필름을 올렸다. 그리고 1m정도의 흙을 더 깔고 난 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공원이 됐다. 강씨는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파면 쓰레기가 나온다"며 "콘크리트, 철재 등 건축 폐기물과 쓰레기 봉지 등 생활쓰레기가 썩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강씨의 바램은 더 많은 이들이 노을공원을 찾는 것이다. 처음엔 의무나 타율에 의해서 봉사를 하더라도 봉사의 경험이 쌓이다보면 습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하는 것만큼 뿌듯하고 보람된 일이 없어요.여기서 매일 행복감을 느낀답니다." 문득 진흙속에서 핀 연꽃은 더욱 아름답다는 글귀가 생각났다.




임혜선 기자 lhs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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