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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프라이스 폐지 1년]여전히 '멋대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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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프라이스 폐지 1년]여전히 '멋대로 가격' ▲권장소비자가격 1500인 롯데제과 '타코스'의 경우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1350원, 편의점에선 2+1 묶음으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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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오는 8월 1일, 오픈프라이스 폐지 1년을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형마트나 슈퍼,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들의 권장소비자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처마다 정하는 대로 가격이 다른 상황에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오픈프라이스 폐지에 대한 법령 개정을 거쳐 8월1일부터 가공식품 가운데 과자ㆍ라면ㆍ아이스크림ㆍ빙과류 등의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라고 요청했다. 오픈프라이스 폐지 후 제품에 가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권장소비자가격은 제조업자가 유통업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에 참고하게 할 목적으로 법적근거 없이 임의적으로 결정해 관행적으로 표시하는 가격을 말한다. 한마디로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인 판매자에게 이 정도 가격으로 팔기를 요청하는 권장ㆍ희망 판매가인 셈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서민물가의 바로미터인 라면만이 권장소비자가격이 정확히 표시돼 있을 뿐 과자나 빙과류 등 많은 제품들은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았다.

29일 중구 소공동의 한 편의점.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은 오뚜기 '뿌셔뿌셔'는 편의점 내부 상품 진열대에도 판매가격이 부착돼 있지 않았다. 과자의 가격을 알기 위해 카운터로 직접 갖고 와 제품 바코드를 찍어봐야 했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의 즉석밥, 오리온의 '닥터유', '마켓오' 등의 제품에도 권장소비자가격은 표기돼 있지 않았다.


[오픈프라이스 폐지 1년]여전히 '멋대로 가격' ▲29일 중구 소공동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오뚜기 '뿌셔뿌셔'는 권장소비자가격과 소비자판매가격 모두 적혀있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의 경우 빙그레 '캔디바', '비비빅', 롯데제과의 '죠스바' 등에도 권장소비자가격이 적혀 있지 않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자체적으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25일부터 40%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체에서 자의적으로 소비자 판매가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비자보호원 생필품 가격정보(T-Price)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월드콘' XQ(단품)은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에서는 800원에 살 수 있지만 강북구의 롯데백화점 미아점에선 1600원에 구매 가능하다. 권장소비자가격은 단어 그대로 권장만 된 채 유명무실해졌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도 문제다. 낱개 제품을 묶어서 팔고, 자체적으로 가격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유통업체마다 같은 제품이지만 다른 가격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의 멕시코 요리 스낵 '타코스'는 파는 곳 마다 가격이 달랐다. 소공동의 한 편의점에서는 한 봉지 낱개로 1500원인 권장소비자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지만 다른 편의점은 '2+1' 행사로 제품을 내놨고,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는 낱개 1350원에 판매했다. 3봉지의 타코스 과자봉지를 산다고 가정하면 각각 4500원, 3000원, 4050원으로 다른 가격이 나온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디에서 몇 개를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니 유통업체 간의 가격경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경쟁이 일어나면 오히려 더 싼 곳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납품가격도 유통업체마다 제각각인데, 제조업체 입장에선 물건을 많이 파는 곳에 싸게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동네상권의 소매업체와 대형마트 간의 가격경쟁력이 차이 나는 것도 서로 다른 납품단가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편의점에 들른 김나영(22ㆍ여)씨는 "과자 가격이 마트나 편의점마다 전부 다른 것 같다"며 "과자 한 봉지만 사러 들렀다가 2+1 행사를 하면 금방 먹지 않더라도 일단은 더 싼 것 같아 과자를 사게 된다"고 언급했다. 주부 박정희(48)씨는 "과자봉지 등에 적힌 권장소비자가격을 보고 물건을 샀던 적은 없다"며 "권장가격대로 파는 제품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마트 진열대에 적힌 판매가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제품을 다른 마트에서는 더 싼 가격에 파는 것을 알게 되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권장소비자가격 표기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한꺼번에 모든 제품에 가격을 표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유통업체의 입김이 워낙 세기 때문에 제조업체에서 가격을 동일하게 맞추려 해도 사실상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며 "하루아침에 권장가격이 적혀 그대로 팔려나가는 제품을 100%대로 만들 수는 없지만 서서히 전 제품에 가격표기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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