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비박 주자들의 견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의 반응은 전날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비박 주자들이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비난 발언을 쏟아내자 일부 청중은 야유와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울산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올림픽과 선거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깨끗한 승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르지 않다"며 "팀이 어려울 때 동료를 비난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며 힘이 돼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거와 싸우고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챙기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우리 새누리당 경선도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연일 계속되는 비박 주자들의 네거티브 공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아울러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위기에 강한 지도자論'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홍보동영상과 연설에서 "당이 두 번이나 존폐의 위기에 섰을 때 피와 땀으로 당을 살려냈다"며 "자신이 위기의 서민경제를 구하고 잃어버린 국민의 꿈을 되찾아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비박 후보들의 견제는 갈수록 거세졌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박근혜 대세론은 두 번이나 무너진 이회창 대세론보다 더 위험하다"며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오히려 역전당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전날 광주에서 열린 첫 연설회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정수장학회 의혹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5년 전 이 자리에서 이명박 당시 경선후보를 향해 '단 1%라도 불안하지 않은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며 "(박 전 위원장도)정수장학회 문제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수위가 높은 비판 발언 때마다 객석에 앉아있던 청중들 일부가 일어서서 삿대질을 하고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아랑곳 않고 더욱 목소리를 높여가며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김태호 의원은 "새누리당에 변화의 목소리가 사라졌고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며 "눈치 주는 사람과 눈치 보는 사람만 남았다"고 박근혜 사당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원칙만 강조하다가 '불통'의 이미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한 공격을 중단했다. 그는 연설회 직전 배포한 연설문에 5·16 군사정변 평가 논란과 'PK(부산경남) 역차별' 등을 부각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연설과정에서 빠졌다. 그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함께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 지역공약과 일자리 창출 약속에 연설 시간 대부분을 썼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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