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26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를 통해 논의됐지만 결국 부결됐다. 경선 과정의 부정·부실과 지난 5월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등으로 얼룩진 통합진보당의 '쇄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바램도 함께 무너졌다. 대규모 탈당 사태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철회가 예상됨은 물론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오후 3시에 다시 개회된 의총에서 이상규 의원을 제외한 12명이 제적한 상태에서 7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6표, 무효 1표, 기권 5표가 나왔다"며 "국회의원의 제명은 재적의원 2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정당법 33조의 규정에 따라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부결됐다"고 밝혔다.
'중립파'로 분류됐던 김제남 의원은 투표에 참여했지만 결국 무효표를 던지는 '꼼수'를 통해 우회적으로 구당권파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제명안을 논의했던 23일에도 김 의원은 두 의원의 제명안 분리 처리와 중앙위원회 이후로의 연기를 주장하며 버틴 것으로 전해진다. 심상정 원내대표 선출 과정을 문제삼으며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던 구당권파측 의원들이 이날 의원총회에 모두 참석한 것도 김 의원과 구당권파가 사전에 의견조율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의 미래는 결국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심상정 원내대표와 강동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포함한 원내지도부는 제명안 부결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혁신파 의원들의 탈당 등을 통한 분당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혁신파로 분류되는 의원의 상당수가 비례대표로 당선돼 탈당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의원들의 향후 진로와는 무관하게 '종북 탈피'와 '혁신'을 바란 당원들의 탈당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의 결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의 혁신안 이행을 촉구하며 배타적 지지방침을 조건부로 철회했다. 민주노총 출신 중앙위원들은 전날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이 공당으로서 절차적 정당성과 자정능력이 훼손되고 있다"며 두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될 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도 무산될 전망이다. 앞서 지도부 선출 당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구당권파측 후보인 강병기 전 경남부지사가 당선될 경우 야권연대를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서 두 의원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일만큼 두 의원의 자격심사 입장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파 측의 강기갑 대표가 선출되면서 야권연대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두 의원의 제명안이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야권연대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통합진보당은 결국 '식물정당'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다. 두 의원의 제명을 놓고 혁신파와 구당권파가 대립하면서 의정활동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10.3%의 정당득표율을 보였지만, 최근의 정당 지지율은 경선부정과 중앙위원회 폭력 논란, 종북 논란 등을 거치며 3%대로 추락해 정체된 상태다. 국민과 당원의 여론도 부정적인데다 대중적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이 등을 돌릴 경우 그마저도 반토막 날 전망이다.
두 의원의 제명안 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당원게시판에는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당원은 게시판에 남긴 글을 통해 "탈당에 앞서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해산을 시켜야 한다"며 "ㅇㅇㅇ들에게 당의 자산을 남겨줄 수 없다"고 푸념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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