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의원의 최루탄을 중앙위 장소에 터뜨려버리고 싶다"
6시간 동안 4차례 정회하며 회순 논의만…비난·욕설·고성 난무
이석기·김재연 제명안 처리는 물론 야권연대까지 불투명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통합진보당의 새 지도부와 구당권파가 25일 중앙위원회에서 또 다시 충돌했다. 양측은 회의가 진행된 6시간동안 세 번이나 정회를 선언하며 회순을 갖고 공방을 벌였다. 중앙위원 다수를 차지한 구당권파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 무효화를 시도하면서 수차례 비난과 욕설,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중앙위에서 추천직 부문 중앙위원 인준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당권파는 강기갑 대표가 개회를 선언하기도 전에 반발했다. 구당권파 중앙위원들은 이·김 의원 제명 무효화하는 안건을 현장발의하고, 이를 다른 안건보다 먼저 의결하자고 요구했다. 두 의원을 제외해도 구당권파 중앙위원 44명, 신당권파 중앙위원 40명으로 구당권파가 많아 정치적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전략이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의원은 "두 의원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규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의적 해석에 근거해 일을 처리하는 것은 공당의 운영 질서가 아니다"며 "중앙위에서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한 뒤 회의를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최고위원은 "당규의 취지와 상식을 뛰어넘는 해석을 중앙위에서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맞섰다.
새 지도부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결의한 내용부터 의결하자고 주장했다. 최고위 결의는 신당권파 8명, 구당권파 2명으로 구성된 추천직 중앙위원 10명을 추가 선임하는 안이다. 이 안이 먼저 통과되면 신당권파 중앙위원이 구당권파보다 많아져 구당권파의 현장발의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다.
구 당권파는 이 외에도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을 부정·부실로 판단한 제1차 진상조사보고서의 폐기, 심상정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의 하자 확인 등의 안건을 현장 발의했다. 진상조사보고서를 폐기하면 이·김 의원의 제명 근거가 사라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결과는 이·김 의원 제명을 논의하는 26일 의원총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명에 대한 입장이 찬성 6명, 반대 6명으로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중립 성향의 김제남 의원이 이날 중앙위 결과에 따라 구당권파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김 의원은 제명을 결정키로 했던 23일 의총에서 이석기·김재연 제명안의 분리처리와 중앙위 이후로 결정을 미루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당권파의 '역습'으로 이·김 의원의 제명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앞서 지도부 선출 당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구당권파측 후보인 강병기 전 경남부지사가 당선될 경우 야권연대를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혁신파 측의 강기갑 대표가 선출되면서 야권연대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중앙위 다수를 점한 구당권파가 전세역전에 성공할 경우 야권연대는 회복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의 당원게시판에는 당원들의 푸념이 이어졌다. 한 당원은 게시판에 남긴 글을 통해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을 중앙위 장소에 터뜨려버리고 싶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당원은 "중앙위 결과를 보고 난 후 당원 탈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국민들의 수준을 처참히 무시하고 있는 안하무인의 짝퉁 진보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구당권파측으로 보이는 한 당원들은 "회의 규정대로 하라"며 강 대표를 비난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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