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구제금융에서 짭짤한 수익..AIG·GM 등에는 대규모 미회수 자산 남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을 통해 매입했던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자에서 보도했다.
WSJ는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위기 당시 매입했던 은행 주식과 모기지 증권 등의 자산을 매각하고 있으며 블랙스톤, 핌코,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대형 펀드들이 이들 자산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 정부는 그동안 자산을 매각하면서 적지 않은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 당시 미 정부의 부실 자산 매입은 금융시장 붕괴를 막았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세금으로 월가를 살려줬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계속 논란거리가 됐다. 미 정부 입장에서는 빨리 매입했던 부실 자산을 털어내 서둘러 논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던 셈.
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금융위기 당시 4160억달러를 투입했으며 현재까지 투자 수익을 포함해 3440억달러를 회수했다. 대규모 구제금융 자금이 투입됐던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제너럴 모터스(GM), 알리 파이낸셜 등에서 아직 회수하지 못한 자금이 상당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AIG 300억달러, GM 260억달러, 알리 파이낸셜 120억달러 등 이들 3개 업체에서 아직 680억달러를 회수하지 못 했다. 국영 모기지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도 계속해서 손실을 내면서 잊을만 하면 정부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 정부는 다른 자산들에서는 적지 않은 수익을 내면서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은행 구제금융에서는 짭짤한 수익을 냈다. 재무부는 700개 이상 은행에 2450억달러를 투입했으며 현재 2647억달러를 거둬들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들은 2008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지원받았던 구제금융 자금을 이미 오래 전에 상환했다. 다만 중소형 은행들은 구제금융 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322개 은행의 약 110억달러 자산이 여전히 미지급 상태로 남아있다.
재무부는 올해 초에도 약 20개 은행의 주식을 매각했으며 이달 말에도 12개 이상 은행의 주식을 경매에 붙일 예정이다.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향후 수 개월 동안 재무부는 액면가 약 29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 내지 상환할 계획이다. 이들 자산에는 300개 이상 중소형 은행들의 우선주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매각 대상 자산 중에서는 정부가 액면가 이하에서 매입한 자산도 있는만큼 이를 통해 정부는 100억달러 이상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싸게 매입했던 자산을 다시 경매에 붙이는만큼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모펀드들도 경매 참여에 적극적이다. 포트리스의 피터 브리거 공동 회장은 "향후 5년 동안에는 금융서비스 회사의 부실 자산을 모으는 것보다 더 나은 사업을 생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FRB의 금고 역할을 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도 부실 자산 매입에 투입됐던 727억달러를 모두 만회하고 지금까지 52억달러 이상 수익을 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년 반동안 AIG와 베어스턴스 자산을 매각했으며 향후 1~2개월 안에 다른 모기지 자산에 대한 마지막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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