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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구조조정 대상 '삼환'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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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구조조정 대상 '삼환'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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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만 해도 보호 내지 도외시되던 우리의 기업이 불과 30년 만에 대등의 위치로 또 두려운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은 곧 우리의 저력을 단적으로 입증시켜 주는 것입니다."


1979년 당시 정주영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남긴 글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잇따라 따낸 굵직한 사업들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음을 상기한 정 회장은 자긍심을 한껏 드러냈다. 현대건설이 1976년 따낸 9억6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공사 등이 당시의 외환위기와 오일쇼크 사태를 막아내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간 500억달러 안팎을 수주하며 해외건설 강국으로 거듭난 지금으로 시점을 돌려봐도 정 전 회장의 자신감있는 표현은 적절하다. 오랜 역사와 우수한 기술을 자랑하는 해외 건설기업과 겨뤄 일감을 따내는 실력은 물론, 발주처의 신뢰를 단단히 얻을 정도의 수행능력까지 갖춘 것이 우리 건설기업들이다. 발주처가 정해준 날보다 앞서 공사를 완료, 포상금을 받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말 그대로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눈을 안으로 돌리면 상처투성이다. '토건족'이란 힐난 속에 이미지만 구긴 것은 아니다. 공공과 민간부문 일감 축소를 경험하며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대형 건설사들은 앞다퉈 주택사업 비중을 10%대로 줄여 경영위험을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진 중이거나 착수된 사업규모가 작게는 수백억원, 크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공공부문은 재정지출 축소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이 우선되는 분위기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들의 전례를 따지지 않더라도 공공부문의 건설 예산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신용위험평가에서도 건설사들은 다시한번 체면을 구겼다. 구조조정 대상 36개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7개사가 건설사였다. 대부분은 영세한 시행사였지만 그 가운데는 삼환기업과 그 계열사인 삼환까뮤가 포함됐다. 특히 1946년 설립한 삼환기업은 66년간 존속해온 건설기업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육십갑자를 도는 동안 시공능력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해오며 국내와 해외에서 활약해온 기업이기에 충격이 적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이 33년 전에 남긴 서두의 글은 삼환기업이 창립 33주년을 맞아 발간한 '삼환33년사'에 실려있다. 현대건설보다 1년 앞서 설립된 회사에 대해 정 전 회장은 진한 동료애를 나타냈다. "한국건설업계의 발달사로서도 그 사적 가치가 높이 평가받을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해외건설 역사로 볼 때도 삼환기업은 현대건설보다 1년 앞서 중동시장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런 삼환기업이 체면을 구기게 되자 여러 가지 말들이 뒤따른다. 전통의 기업마저 현금흐름이 불안한 기업으로 분류돼 채권단의 집중적인 관리와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자 중견기업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커져간다. 침체가 길어질수록 경영위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경기전망을 확신할 수 없는 사이 이미 100대 기업중 23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놓였다.


그래서 삼환33년사 발간사는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최종환 당시 회장은 이 책에서 "목전의 안일한 이익에만 현혹되지 않는 개척자로서 조국의 번영과 경제발전에 빛이 되고, 횃불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다짐은 33년만에 허망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나마 최종적으로 청산 같은 결론으로 연결되지 않은 점이 다행이다.


미래를 예견한 듯 정 전 회장은 같은 책에서 이렇게 썼다. "내실에도 힘을 써 제2의 도약을 예비하는 슬기가 필요한 때"라고. 모든 건설업체에 해당되는 말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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