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조작 의혹 조사에 나선 가운데 금융정책ㆍ감독 당국의 책임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 사건은 'CD 시장의 유동성 저하'와 이로 인한 '단기 지표금리로서 CD 금리의 기능 상실'을 배경으로 일어났다. CD가 시장과 따로 놀게 되니 금리조작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 등 3대 금융당국 모두 이를 알면서도 대책 마련에 태만했다.
발단부터 금융당국 탓이 크다. 금융위가 2009년 말 예대율(대출 대 예금 비율) 규제를 도입하자 은행들이 예금으로 인정되지 않는 CD 발행을 줄인 것이 발단이다. 이로 인해 유통물량이 급감해 CD 금리가 시장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CD 금리를 다른 적절한 단기 지표금리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당국 내부와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두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한은도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 TF는 곧바로 활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회의를 열지 않았다. 그 이유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금융위가 금감원의 주도로 가동되는 TF에 거부감을 느낀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3대 금융당국이 다시 상의해 단기 지표금리 개발 문제를 논의할 틀을 만들어야 했으나 어느 곳도 이 일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뒤에야 금융위가 '단기 지표금리 개선 관련기관 합동 TF'란 것을 부랴부랴 만들어 어제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뒷북치기로 열린 졸속 회의답게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은행에 CD 발행을 의무화해 유통물량을 늘려보자는 등 몇 가지 설익은 미봉책만 흘러나왔다.
공정위는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금리조작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뿐이다. 이와 무관하게 금융당국은 CD 금리를 대체할 새 단기 지표금리를 개발하는 작업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수백조원대의 은행 대출과 수천조원대의 파생상품 거래에 기준금리로 적용돼 있는 CD 금리를 폐기할 수는 없으니 CD 금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대책도 시급하다. 금융소비자의 피해와 금융시장의 혼란에 비추어 3대 금융당국의 업무 해태에 대한 문책도 필요하다. 이때에는 국회나 감사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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