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쌀밥에 고깃국'을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른 때가 있었다. 보리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 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부자라고 으스대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형편이 나아지고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쌀밥은 라면, 햄버거, 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 등에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가고 있다. '밥심으로 산다'느니 '밥이 보약'이라느니 하는 건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쌀 소비량이 계속 줄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어제 '2012 상반기 농업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을 68.7㎏으로 전망했다. 70kg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 사람이 하루에 밥 한 그릇 반을 채 먹지 않는 셈이라고 한다. 소비가 가장 많았던 1980년의 132.4㎏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었다. 10년 뒤엔 50㎏대에 그칠 것이라는 게 농경연의 전망이다.
'밥은 곧 쌀밥'이라는 개념이 깨진 탓이 크다. 식생활이 서구화하고 즉석 가공식품이 다양화하면서 빵이나 라면과 같은 밀가루 음식, 시리얼,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 등이 쌀밥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상의 이유로 결식 또는 소식을 하거나 야채나 과일 등으로 대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밥의 양보다 질을 따지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증대를 위해서라도 쌀 소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3년부터 쌀 소비 활성화에 나서 '아침밥 먹기 운동'과 같은 식생활 개선운동을 비롯해 '사이버 쌀 박물관 운영' '초등학생용 쌀 교과서 보급' 등 여러 방책을 내놨다. 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소비는 계속 줄었다.
'쌀밥'으로만 쌀 소비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발상을 틀어야 한다. 가공산업을 활성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웃 일본은 쌀 가공식품 시장 규모가 전체 쌀 생산량의 40%에 이른다.
우리도 100% 쌀로 만든 술, 국수, 빵, 즉석누룽지 곰탕, 쿠키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시장 규모가 6%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5월 '쌀가공산업 육성 관련 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가공식품의 다양화를 통한 쌀의 새로운 수요 개발 및 품질 향상 등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쌀 이용 촉진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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